우여곡절 교회 나가자 가계파탄 비보… 원망은 커녕 기도 훗날 섬김의 큰 자산

입력 2022-02-15 19:43
성경의 다이아몬드라고 부르는 로마서를 대하면 은혜 아닌 곳이 없다. 그중 나에게 입안에 화하게 퍼지는 페퍼먼트 향 같은 장이 있으니 로마서16장이다. 이 장에는 바울이 그간 자기의 사역에 동역해 준 분들에 대한 안부와 감사를 전하는 내용이 나온다. 바울과 동역한 분들도 아름답고, 그 동역에 감사하는 바울도 멋스럽다.

서길원 목사의 장인 김태복 권사와 장모 박복순 권사(오른쪽).

나의 지난 36년간의 사역을 뒤돌아보면 동일한 고백을 아니 할 수 없다. 많은 분들의 후원과 기도, 협력 덕에 오늘 여기에 서 있음을 알게 된다. 그중 가슴에 깊이 남아있는 분이 있으니 나의 장모님 고 박복순 권사님이시다.

우리 장모님 박복순 권사님을 처음 대할 때가 생각난다. 예수님을 믿지 않으실 때이기 때문에 딸의 남자 친구가 신학생이라 못마땅하셨는지 찬바람이 생생 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절에 심취하시어 보살로 불리 우셨으니 얼마나 어이가 없으셨겠는가! 그때부터 장모님의 영혼구원을 위해 집사람과 나는 4년간 기도했다. 하지만 믿으시기는커녕 집사람만 더 핍박하셨다. 집사람과 나는 기도의 방향을 바꾸었다.

“우리의 힘으로는 부족하니 전도자를 보내 주십시오”

신기한 일은 그 기도를 드린 얼마 후부터 장모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에 한 분이 매일 식사를 하러 와서는 장모님에게 전도를 하는 것이었다. 한 달간 이어지는 전도를 받으시고 장모님은 결심하셨다. ‘떡을 해서 지성을 올리는 초하루나, 교회를 나가는 주일 중 먼저 오는 것을 따르겠다’ 그런데 주일보다 초하루가 먼저 왔다. 그러나 바쁘셔서 그냥 지나쳐 버리셨고, 그 다음 주일에 교회에 첫 발걸음을 하시게 되었다. 주님이 하신 일임을 확신한다.

어색하지만 열심히 나가시기 시작하셨는데 ‘아뿔싸’… 악재가 터졌댜. 교회 나가신 지 한 달 만에 가정에 큰 먹구름이 몰려왔다.

가정의 전 재산을 영화 사업을 하는 지인에게 빌려주었는데 그만 그 사업이 망하고 만 것이었다. 집사람과 나는 ‘교회 나와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원망하시며 교회를 더 이상 나오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낙담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 날 우리 장모님과 장인은 도리어 교회 기도실을 찾으셨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기도하셨다. 가정의 경제 걱정으로 시작된 눈물의 기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회개의 눈물로 바뀌었다. 어느 날인가는 얼마나 가슴을 치시고 기도하셨는지 가슴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성경에 고리의 이자를 받지 말라고 하였는데 내가 욕심을 부리다가 이 죄를 범하였으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신기하게도 영화 산업으로 망한 그분은 집사람 결혼 때나 처남 학비를 내야 할 때는 꼭 돈을 가져다주어 고비를 넘기게 하였다. 진심으로 기도하시는 장모님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시작된 장모님의 기도 생활은 깊이를 더해 갔다. 장모님의 기도의 철칙은 ‘가장 먼저 교회에 나가 교회 문을 열고 기도하고, 가장 늦게까지 기도하고 교회의 문을 닫는 것’이었다.

매일 교회에서 산다고 장인께 책망을 들으셨지만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기도를 위해 사시는 것처럼 살아내셨다. 그런 장모님에게 하나님은 치유의 은사와 영분별의 은사를 주셨다. 우리들이 아플 때는 꼭 손으로 환부를 문지르며 기도해 주셨고, 그 병에 꼭 필요한 음식을 알려주셨다. 정말 기도만 받으면 낫는 기적을 많이 체험하게 되었다.


내가 19년 전 빛가온교회(구, 상계교회)에 부임했을 때 어느 날 새벽기도실에서 기도하고 오신 장모님은 “이 교회에는 두 마리 귀신이 있어. 조심해야 하네”라고 하셨다. 나는 교회에 무슨 귀신이 있냐고 괘념치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두 마리 귀신이 무엇인줄 알게 되었고, 잘 대처하여 주의 교회의 부흥을 가로막지 못하게 하였다.

기도하시며 들은 주의 음성을 나에게 들려주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 받은 그 음성은 그 어떤 책이나, 그 어떤 사람들에게서 들을 수 없는 놀라운 지혜였다. 목회하면서 힘들 때 나는 그 누구에게보다 먼저 장모님께 기도 부탁을 드렸고, 장모님께 상의를 드렸다.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셨고, 섣부르게 가르치시려고 하지 않으셨고 그저 축복해 주셨다.

또한 우리 장모님 고 박복순 권사님은 섬김의 장부셨다. 다니시던 성결교회의 한 구역의 구역장이 되시고는 구역예배가 있는 날은 어김없이 새벽시장을 보신다. 오징어 한 짝, 동태 한 짝을 구입하신다. 그리고는 아침부터 각 집에 맞는 음식을 장만하여 예배 후에 다 나누어 주신다.

교회를 사랑하심도 남달라 두 분이 권사 직분을 받으실 때 최고로 감사하고 싶은데 돈이 없으시니 기도하시다가 그 당시 꽤 큰돈을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셔서 드리셨다.

“예수 믿고 구원받은 것도 기적인데 이 부족한 것을 권사까지 세워주시는 데 최선을 다해야지” 이러한 모습을 집사람이 닮아 성도들에게 어지간히(?) 잘 퍼준다.

우리 가족을 사랑해주신 것을 생각하면 너무너무 감사함이 넘친다. 군목이었던 우리 부부는 결혼 후 1년이 지나 첫 아이를 임신했다. 그런데 임신한 줄 모르고 구충제를 먹었다. 병원 의사나 주변 분들은 장애아를 나으니 유산하라고 했지만, 우리 장모님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인데 기도하며 출산하라”고 하셨다. 지금의 우리 큰 딸이다. 집사람이 둘째를 출산하고 몸이 좋지 않을 때도 3개월간 둘째를 품어 키워주셨다.

가정에서도 나에게 항상 존칭을 쓰셨다. “말씀을 놓으세요”라고 하면 “아니지. 내 사위지만 주님의 종인데…”라고 하시며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 일 중독자요 완벽주의자인 사위가 밉기도 하실 텐데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집사람이 힘들다고 말씀드리면 도리어 혼을 내셨다고 한다.

마지막 몸이 불편하시어 요양원에 계실 때도 내가 찾아뵈면 다시 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셨다.

“왜 그러세요?”

“우리 유명한 사위 목사님 이름에 먹칠할까봐. 그리고 돌볼 교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늙은 나를 위해 시간을 허비한다 말인가?”

영적인 거인이셨던 것이 틀림없으시다. 집에서도 그러셨으니 교회에서 목회자들을 얼마나 잘 섬기셨겠는가? 늘 순종하셨고, 하실 수 있는 한 최고로 대접하여 드렸다.

우리 장모님이 남긴 또 하나의 깊은 삶의 교훈이 있다. 가정이 경제적으로 기우니 일을 나가시게 되었다. 그곳이 어디냐면 그 당시 대전에서 유명한 제과점이었던 태극당이었다. 워낙 음식 솜씨가 있으셨고, 부지런하셨기에 인기가 대단하셨다. 그 큰 제과점에서 일하시니 집에 빵 한쪽이라도 가져오실만 하지만 전혀 그러시지 않으셨다. 예수 믿는 사람이 남의 것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정직함 때문이었다.

늦게 신앙생활을 하셨지만 늘 하나님이 보고계신다는 코람데오의 신앙으로 사셨기에 말 한마디를 조심하셨고, 단돈 10원도 남의 것을 탐내지 않으셨다.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고 있는 요즈음 장모님이 무척 뵙고 싶다. 하늘나라에서도 그렇게 사랑하셨던 교회와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시고 계시리라 확신한다.

늦게 믿으셨지만 3남매 중 둘을 목회자가 되게 하시고 끝끝내 기도와 사랑으로 밀어주신 우리 장모님 고 박복순 권사님께 감사하고 존경을 표한다. 보살이셨지만 영적인 여장부가 되시어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가신 우리 장모님 고 박복순 권사님의 자리가 너무너무 커 보인다. 그분의 기도가 그립고, 그분의 큰 손이 그립고, 그분의 지혜로운 조언이 그립다.

우리 장모님 고 박복순 권사님에 대한 글을 쓰며 다짐한다.

“이제는 내가 그 기도의 자리, 그 섬김의 자리, 그 정직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다윗이 솔로몬에게 남긴 유언 “너에게도 끝이 있음을 알라. 너는 힘써 대장부가 되라.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음성이 우리 장모님의 삶을 통해 나에게도 들리기 때문이다.


서길원 목사=목원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목원대학교 특임교수와 서울시 노원구 상계5동에 위치한 빛가온교회를 18년 째 담임하고 있다.빛가온교회(사진)는 ‘생명의 빛으로 한국을 예수마을로 만드는 교회’라는 비전 가운데 성령님의 다스리심을 통해 능력을 덧입고 성품의 열매를 맺어 하나님 나라를 맛보며 미자립교회 자립화와 다음세대를 세워 한국을 예수마을로 만드는 교회로 성장해가고 있다.

서길원 빛가온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