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임기 내 종전선언, 지나친 욕심… 日 사도광산 유감”

입력 2022-02-11 04:02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뉴스통신사 교류협력체 ‘아태뉴스통신사기구’의 의장사인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서면인터뷰를 한 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우리 정부 임기 내에 종전선언을 이루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기가 불과 세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적어도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더욱 성숙시켜 다음 정부에 넘겨주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북한에 제시할 종전선언 문안을 두고 한·미 간 의견 일치를 이뤘다. 중국도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다”며 임기 내 종전선언이 성사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적대관계의 종식과 함께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고,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유용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회가 된다면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언제든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과거사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으려면 역사 앞에 진정성 있는 자세와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와 관련해선 “양국 미래 세대인 젊은층 상호 간의 이해를 제고하고 우호 정서를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의 반중 정서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과 한복 논란과 맞물려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양국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부동산 문제에 관해선 “임기 내내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한 점이 가장 아픈 일이 되었다”며 재차 사과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매우 부족했다”고 비판하며 차별화에 나선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주택을 공급했지만, 수도권 집중화가 계속되고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해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주택 공급의 대규모 확대를 더 일찍 서둘러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 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주거 안정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 부동산 문제가 다음 정부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최악의 네거티브 대선을 치르고 있다고 평가받는 현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지금 선거 국면에서도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대립하며 분열하는 양상이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선거 시기라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최고의 장면으로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이뤄진 ‘능라도 연설’을 꼽았다.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을 지목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선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사회적인 활동도 구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방북 특사 역할을 요청받으면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