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문턱까지 날아오른 차준환… 한국 男 피겨 사상 첫 ‘톱5’

입력 2022-02-11 04:03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이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뒤 주먹을 하늘로 들어올리며 마무리 동작을 하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개척자인 ‘피겨왕자’ 차준환(20)이 다시 역사를 썼다. 자신의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한국 남자 피겨 올림픽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차준환은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체육관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결과 종합 5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82.87점을 기록해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총점 기록도 282.38점으로 새로 썼다.

전 세계 최고의 남자 피겨스타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차준환은 빛났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배경음악으로 고른 그는 첫 점프인 4회전 토룹을 하다 크게 넘어졌다. 관중석으로부터 탄식이 들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나 마지막까지 연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점프뿐 아니라 다른 구성요소에서도 완성도 높은 연기였다.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이 10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 연기 중 3회전 살코 점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연기를 마무리한 차준환에게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첫 점프 실수가 아쉬운 듯 머리를 갸웃하며 한숨을 내쉬는 그를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안으며 토닥였다. 실수에도 불구하고 차준환은 나머지 연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가 이번 대회 받은 총점은 바로 직전 대회인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세운 273.22점보다 9.16점 높다.

차준환은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당장의 목표는 이번 시즌 세계선수권대회다. 4년 뒤는 너무 멀기에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했다. 4년 뒤에는 더 많은 한국 동료들과 올림픽 무대를 밟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그는 “평창올림픽 뒤 올림픽이라는 경험이 선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 다음 올림픽까지 잘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올림픽행 티켓을 만들자는 목표를 (동료) 이시형과 말한 적 있다”며 웃었다.

이날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미국 취재진이 차준환에게 몰렸다. 예상 못 한 선수가 메달권 근처까지 치고 올라온 데 놀라는 눈치였다. 차준환에게 질문을 던진 한 기자는 “차준환은 아직 미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올림픽을 기점으로 유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에선 미국의 네이선 첸이 압도적 기량으로 프리스케이팅에서만 218.63점을 기록, 총점 332.60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엘튼 존의 곡 ‘로켓맨’을 편곡해 연기한 그는 4회전 점프만 5개를 보여주며 관중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부진했던 일본의 맞수 하뉴 유즈루는 아직 성공한 이가 없는 4회전 악셀 점프에 실패했지만 박수를 받았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 우노 쇼마가 각각 차지했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