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발생했던 요소수 품귀 사태는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때 요소수와 함께 종합상사가 큰 주목을 받았다. 해외 곳곳에 뻗어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요소수 품귀 사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서다. 한때 수출역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경제·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밀려났던 종합상사가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당시 삼성물산, LX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직접 요소 및 요소수를 공수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LX인터내셔널은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 요소 1100t(요소수 310만ℓ 분량)과 요소수 270만ℓ를 확보했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8만ℓ를 수급해왔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요소 및 요소수 확보를 위한 정보를 정부에 전달했다.
종합상사들의 활약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더 빛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12월 주요 상사기업과 ‘글로벌 공급망 민간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제2 요소수 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대응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무역협회가 TF를 꾸린 이후 정부와 기업들은 수입의존도가 놓은 품목들을 대상으로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종합상사들은 TF와 별개로 비상대응 체계를 만들고 있다. 상사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요소수 품귀 사태 이후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에서 쇼티지(공급 부족)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민감도가 기업과 정부 모두에서 높아졌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9일 주시보 사장 주재로 글로벌 공급망 점검회의를 가졌다. 공급망 신속 대응체제를 세우려는 작업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신속 대응이 필요한 품목을 사전에 발굴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지역·국가별로 특성을 분석해 공급망 비상 시나리오를 짜고, 불확실성이 높은 품목은 주기적으로 테스트도 한다. 주 사장은 “글로벌 공급망 구축은 위기상황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비즈니스 안정성 확보를 위해 상시 준비된 체계가 필요하다.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활용해 평소에 안정적 공급망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LX인터내셔널은 특정 지역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품목들을 자체 선정해 위급상황에서 빠르게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특히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인 니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니켈광산 인수 등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니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수급도 불안정하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의 2월 수급안정화지수는 7.4로 ‘수급 불안’ 상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