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조선 장군 묘지석 18점, 미국서 돌려받았다

입력 2022-02-11 04:07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하던 ‘백자청화이기하묘지’(白磁靑畵李基夏墓誌·사진) 18점이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10일 밝혔다. 해외기관이 소장하던 묘지를 한국으로 돌려보낸 첫 사례다.

묘지는 죽은 사람의 행적을 기록한 돌이나 도판(陶板)으로 지석(誌石) 또는 묘지석(墓誌石)으로 불린다. 조선시대에는 무덤 내부에 관과 함께 묘지를 매장하는 게 중요한 추모 관행의 일부였다. 이 묘지는 조선 후기 훈련대장과 공조판서 등을 역임한 무신(武臣) 이기하(李基夏, 1646-1718)를 추모하는 기록으로, 가족사에서 정치적 업적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을 전한다. 묘지의 글은 조선시대 이조좌랑을 역임한 문신 이덕수(李德壽, 1673-1744)가 쓴 것으로 그의 문집 ‘서당사재’(西堂私載)에도 수록돼 있다.

총 18매로 구성된 이 묘지는 백토를 직사각형의 판형으로 성형해 청화 안료로 글씨를 썼다. 청화 발색이 선명하며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최응천)은 2015년부터 2년간 진행한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 실태조사 때 이 묘지를 확인했다. 이기하의 묘소는 경기도 시흥군 향토유적으로 1988년부터 지정·관리되다가 94년 경기도 이천으로 이장했는데 이때 이한석씨가 묘지를 수습했다. 한산 이씨 문중의 원로가 묘지를 보관하다가 분실했다. 클리블랜드미술관에는 98년 기증됐다. 미술관은 2020년 말 재단을 통해 이씨로부터 연락을 받아 문중이 묘지를 분실한 사실을 파악하고 한산 이씨 종중 대표인 이씨에게 묘지를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이씨는 이기하 선생의 묘소가 지금은 충남에 있는 점을 고려해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원장 조한필) 산하 충청남도역사박물관에 묘지를 기증하기로 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