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출연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의 얼굴에 스친 찰나의 표정, 에스파 멤버들의 춤 실력 비교,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주요 장면 등을 짧은 시간 안에 볼 수 있다. 60초짜리 영상인 유튜브 ‘쇼츠’는 아이돌 팬덤의 ‘덕질’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쇼츠에선 스타들의 가장 매력적인 모습만 집약적으로 짧게 볼 수 있다. 숏폼 영상을 선호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쇼츠 영상의 조회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전소미의 ‘덤덤’(DUMB DUMB)이나 케플러의 ‘와다다’ 등은 댄스 챌린지 쇼츠 영상이 잇따르면서 유명해졌다. 에스파나 아이브의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취하는 포즈를 담은 쇼츠도 회자됐다. 쇼츠가 유행하면서 팬덤이 커지면 팬들이 다시 쇼츠 콘텐츠를 만들어 재생산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
쇼츠는 형식적으로 스마트폰에 최적화됐다. 기존 유튜브 영상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상 광고를 봐야 한다. 쇼츠는 광고가 없다.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기만 하면 TV 채널을 돌리듯 시청 중인 영상을 재빨리 바꿀 수도 있다.
아이돌뿐만 아니라 예능 드라마 등 롱폼 영상도 쇼츠로 만들어지면서 ‘미리보기’와 같은 기능을 한다. 넷플릭스 리얼리티 예능 ‘솔로지옥’은 회차별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쇼츠가 활발히 소비됐다. 제품 광고에도 효과적이다. 많은 유튜버가 다이슨의 에어랩을 사용 중인 영상을 쇼츠에 올리면서 시청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엔터테인먼트사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는 분주하다. 대부분 쇼츠는 팬들이 만들지만 기반이 되는 원본 콘텐츠는 이들이 제공해야 한다. 기획사나 OTT가 제작한 영상이 많을수록 팬덤도 더욱 다양한 쇼츠를 만들어 소비할 수 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새로 팬덤에 진입하는 팬이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즐길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놓는 것은 각사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경우 소속사 물고기뮤직이 직접 나섰다. 이 회사는 공식 유튜브 채널과 별도로 쇼츠 전용 채널을 만들었다. ‘임영웅 Shorts’는 개설 1년 만에 구독자가 21만명을 돌파했다.
유튜브는 올해 쇼츠 서비스에 투자를 확대한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가볍게 심심풀이로 볼 수 있는 쇼츠 영상으로 K팝 팬덤이 더 성장할 것”이라며 “기성 미디어를 비롯한 미디어 관련 업체들도 짧은 영상을 자체 제작하거나 후원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