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천재는 달랐다. 재미교포 2세인 ‘스노보드 천재’ 클로이 김(22·미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우승했다. 이 종목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다. 클로이 김은 2018 평창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클로이 김은 10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린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4.00점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압도적인 경기였다. 클로이 김은 1차 시기부터 프런트 1080, 백사이드 1080 등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도는 기술을 두 번 성공시키는 등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본인이 경기 직후 “오 마이 갓”을 외치며 기뻐할 정도였다. 점프 높이, 회전수 등에서 다른 선수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서 유일한 90점대 점수인 94.00점을 기록했다. 2위인 도미타 세나(일본)가 기록한 86.00보다 8점이나 높았다.
일찌감치 우승권 점수를 확보한 클로이 김은 2~3차 시기에서 한계에 도전했다. 여자 선수 최초로 세 바퀴 반을 도는 1260도 회전 기술을 시도한 것이다. 착지하다 넘어지면서 2차 시기 27.00점, 3차 시기 26.25점을 받았지만 1차 시기 점수가 워낙 높아 금메달은 클로이 김의 몫이 됐다.
클로이 김은 우승 확정 뒤 SNS에 아파하는 표정과 함께 “아이고, 내 엉덩이”(Ow my butt)라는 글을 올려 자신이 넘어진 것을 유머스럽게 표현하는 여유도 보였다. 그는 18세 때 참가한 평창 대회 때도 예선 경기 도중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 ‘배가 고프다’며 톡톡 튀는 글을 SNS에 올려 주목받았다.
클로이 김은 인터뷰에서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연습 때 8번 정도 시도해서 2번 정도 제대로 착지하는 연기였는데 1차 시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평창에서는 세 바퀴를 도는 1080도 많이 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흔한 기술이 됐을 정도로 다른 선수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며 “1260은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 다음에는 꼭 성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이 기술을 배워 이번 대회에서 바로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로이 김은 인터뷰 장소인 믹스드존을 통과하는 데만 40분이 걸릴 정도로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외신들은 “그가 스노보드 역사의 수준을 높이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 2위는 90.25점을 획득한 케랄트 카스텔레(스페인), 3위는 도미타 세나였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