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수습이 한 달 만에 마무리되면서 붕괴 건물 철거 여부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우선 붕괴사고가 난 201동 붕괴 외벽은 철거가 추진되고 있지만 범위와 상관없이 도심 한복판 붕괴 건물을 철거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붕괴된 201동을 포함한 1, 2단지 아파트 8개 동 847가구 전체를 철거하고 재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16개 층이 붕괴한 201동과 같은 설계·공법이 적용된 만큼 다른 동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승엽 예비입주자협의회 대표는 10일 “1, 2단지를 모두 철거하고 재건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은 전문기관 안전진단 결과를 전제로 한 철거 범위 결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산은 국토교통부 현장 조사와 안전진단 결과가 3월 중 나오면 철거·재시공 범위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201동 1개 동만 철거할지 전체 8개 동을 모두 무너뜨리고 다시 건축할지 입주예정자, 관계기관 등과 협의해 합리적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달 “안전점검을 한 뒤 문제가 있다면 분양 계약 해지는 물론 아파트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201동은 ‘철거 후 재시공’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나머지 7개 동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는 전체 공정 60%에 달하는 화정아이파크의 전면 재시공이 결정되면 입주까지는 최소 3~4년 더 걸리고 철거부터 입주 지연 피해보상금까지 4000억원 이상의 비용부담을 현산 측이 떠안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붕괴면 철거는 물론 동별 철거 범위를 떠나 유스퀘어(광주종합버스터미널), 백화점, 할인점, 주상복합건물, 상가 등과 인접한 붕괴 건물 철거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도심 한복판에서 무너진 초고층 건물을 철거한 전례도 드물다. 우선 강도가 센 다이아몬드를 박은 와이어로 건물을 두부처럼 1개 층씩 또는 구간별로 잘라내 들어내는 공법이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폭약을 사용하는 발파공법은 위험 부담이 커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손쉽게 전면 철거를 할 수 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는 물론 폭파 과정에서 인근 건물의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관리 감독청인 서구청과 입주예정자협의회, 시공사, 감리단이 협의해 전문기관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라 납득할 만한 철거 범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