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속에도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구)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2020년 6월 이후 무려 1년8개월 만이다. 수도권과 지방, 도심, 외곽을 가리지 않고 집값 상승세가 큰 폭으로 줄었지만 내림세는 아직 더디다. 강남 3구의 연간 누적 변동률도 일단 집값 변곡점이 될 대통령 선거(3월)까지는 상승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은 2월 1주차(7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발표하고 서울 송파구 집값 상승률이 하락(-0.02%)으로 돌아섰다고 10일 밝혔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지난주에 이어 나란히 보합(0.00%)을 유지했다. 강동구는 지난주에 이어 -0.02%를 기록했다. 그 결과, 서울 동남권 전체 변동률이 -0.01%로 집계됐다. 서울 전체(-0.01%)와 경기(-0.02%), 인천(-0.02%)의 집값 변동률도 비슷했다.
그러나 집값의 하향 안정 속도를 완만하다. 지난해 하반기 주요 상승지역인 용산구(0.00%)와 성동구(0.00%) 광진구(-0.01%), 동작구(-0.01%) 등의 매매 가격은 일단 내림세로 돌아섰다가도 몇 주째 보합 언저리를 오가고 있다. 이제 막 보합에 접어든 강남구와 서초구의 연간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2월 1주차 기준)은 각각 0.11%, 0.16%로 여전히 두 자릿수다.
서울 외곽 지역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이번 주 매매가격 변동률이 성북구 -0.05%, 은평구 -0.04%로 하락 폭을 조금씩 키우고 있다. 올해 매매가격 연간 누적 변동률(2월 1주차 기준)에서도 성북구(-0.13%)와 은평구(-0.11%), 노원구(-0.09%) 등에서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후속 거래를 이어가기보다 관망세가 짙어지는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에선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이전에 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특히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줄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신고일 기준)를 보면, 지난해 서울의 빌라 매매 건수는 6만4821건으로 같은 기간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아파트) 매매 건수 12만6834건의 51.1%에 달했다.
우회경로 투자도 일단 조심스러워졌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 법원경매 열기는 지난해 9월 최고조에 달하면서 낙찰률 57.8%까지 이르렀다. 당시 대출규제로 주택 매매가 어려워지자 아파트 경매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한 지난달에는 낙찰률이 45.2%로 크게 줄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