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린스턴신학교 상징 ‘밀러 채플’ 이름 바뀐다

입력 2022-02-11 03:02

미국 뉴저지 프린스턴신학교(총장 크레이그 반즈)가 이 대학 두 번째 교수였던 새뮤얼 밀러를 기념해 만든 ‘밀러 채플’(사진)에서 그의 이름을 삭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장로교 목사였던 밀러 교수가 일생 흑인 노예를 고용했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기 때문이다.

신학교 연구에 따르면 밀러 교수는 공식적으로는 노예제를 반대하면서도 자신은 노예를 고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린스턴신학교 이사회는 “밀러를 기념하며 세워진 예배당에서 그의 이름을 삭제한 건 대학 공동체가 지난날의 잘못을 회개하고 새로운 미래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대학의 상징과도 같은 예배당은 1834년 건립 이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대학은 당분간 ‘세미너리 채플’(신학교 예배당)로 부르기로 했으며 새로운 이름을 짓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프린스턴신학교 이사인 임성빈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는 인종 차별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미국판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프린스턴신학교도 몇 해 전부터 과거사를 바로잡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 위원회를 조직했고 대학과 관련한 역사를 샅샅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결과 흑인 연구소를 비롯해 흑인 석좌교수를 모시기도 했으며 1학년 학생들을 위한 ‘라이프 투게더’라는 과목도 개설해 인종 감수성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4000여명이 재학 중인 미국 최대 신학교인 남침례회신학교 이사회는 노예를 소유했던 이 대학 설립자들의 이름을 대학의 여러 건물에서 삭제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회는 “성경의 아브라함과 모세, 다윗도 불완전했지만 이름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대학도 설립자들의 이름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