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가전 제품이 주는 행복

입력 2022-02-11 04:07

SNS를 하면서 ‘이것만큼은 꼭 사라’는 소위 ‘영업글’을 거의 매일 마주한다. 그동안 읽은 영업글로 순위를 매겨보라면 1위는 단연 에어프라이어라고 할 수 있겠다. 삶의 차원이 달라질 거라며 모두가 영업에 열을 올리던 한창때 정작 나는 내내 심드렁했었는데 얼마 전에서야 뒤늦게 에어프라이어를 들였다. 사실은 그것도 구매한 건 아니고 부모님이 사은품으로 받고도 사용하지 않아 방치되고 있던 것을 잠깐 쓰고 반납할 용도로 가져왔다. 그 에어프라이어는 아직도 나와 함께 있다. 앞으로도 부모님댁으로 반납할 계획은 없을 것이다. 나는 한 번 사용하자마자 이거 그냥 제가 계속 쓸게요, 하고 부모님께 통보했다.

나는 고구마와 감자를 구울 때에도, 채수를 내기 위해 양파와 파를 구워내야 할 때에도, 각종 냉동 요리를 데울 때에도 에어프라이어의 도움을 받으며 매번 이 물건의 쓸모에 조용하게 감탄하고 있다. 에어프라이어가 내 곁에 있기 전과 후의 삶의 질이 듣던 대로 진정 의미 있게 달라진 것을 느낀다.

그런 물건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머그워머이다. 찻잔의 따뜻한 온도를 계속 유지시켜주는 물건이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한 잔 챙겨 손바닥만한 머그워머의 열판 위에 올려두면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실 때까지 처음처럼 후끈하다. 차갑게 식어버린 차를 홀짝일 때가 많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간단하게 이전과 차원이 다른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SNS에서 사람들이 추천하던 다른 물건을 기억하고 있다. 식기세척기, 빨래건조기, 김치냉장고…. 소형 가전으로도 이렇게 행복해지는데, 대형 가전을 사면 더 커다란 행복이 찾아올 것 같다. 매일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면 윗집에서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이 가전기의 소음이 오늘 따라 다르게 들린다. 행복이 내는 외침처럼. 행복의 목소리는 참 걸걸하구나.

요조 가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