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재택치료’ 전날 관리 기준 급변경… 혼란 불 보듯

입력 2022-02-10 04:03
사진=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속도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코로나19 의료·방역체계에 의료 현장과 시민들의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하는 새로운 재택치료 체계 시행을 하루 앞둔 9일 ‘셀프 재택치료’ 대상마저 달라졌다. 확진자가 정점을 향해 가파르게 치솟는 상황에서 방역 당국 스스로 대비태세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부터 건강 모니터링이 사라지는 재택치료 일반관리군 환자들은 몸 상태가 나빠지면 동네 병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 상담센터에 전화해 비대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는지 개별 확진자가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코로나19 검사·진료에 참여하는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1932곳의 명단은 공개돼 있지만 이들이 모두 비대면 진료를 보는 건 아니다. 일반적인 동네 병의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는 기관 명단을 취합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때까진 지자체 운영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든지 병의원 이곳저곳에 전화를 돌릴 수밖에 없다.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을 나누는 기준은 셀프 재택치료 시행 직전 바뀌었다. 당초 60대 이상 고령자, 50대 기저질환자·면역저하자 등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을 집중관리군으로 분류한다고 밝혔던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돌연 후자의 표현을 수정했다. 경구용 치료제를 이미 처방받은 사람 중 지방자치단체장이 집중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자여야 한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당국자 간 설명도 엇갈렸다.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의료·방역 수칙이 상당 부분 바뀌면서 이와 맞물린 구체적 조치들도 변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자출입명부와 QR코드다. 방역 당국은 중증·고위험군 위주로 추적 관리 체계를 개편한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의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를 찾아내는 데 썼던 이들 수단의 활용 가치가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정부 지침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김모(29)씨는 지난 5일 식사를 같이한 직장 동료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이후 두 차례의 자발적 검사 끝에 확진될 때까지 보건소로부터 밀접접촉자 연락을 받지 못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모(40)씨는 재택치료 중 ‘셀프 재택치료’로 지침이 변경돼 보건소와 연락이 끊겼다.

전문가들은 보다 분명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 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보건소 연락만 기다리고 있는 건 말이 안된다”며 “지금 상황은 말 그대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오징어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재택치료 관련 지침은 의료계 자문을 전혀 받지 않고 갑자기 바꿨다”며 “의료진조차 이를 숙지할 수 없는데 일반 시민의 혼란은 얼마나 더 크겠나”고 꼬집었다.

송경모 박민지 전성필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