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단기간에 5만명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최악의 의료공백 사태를 막기 위한 비상계획 발동도 임박했다. 위기 상황이 닥칠 경우 확진 의료진 격리 기간이 최소 3일로 단축되고 음압이 아닌 일반병동도 코로나19 진료에 투입된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병원 내 의료진 감염 대비 의료기관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을 9일 공개했다. 중수본과 방역 당국이 함께 마련한 해당 지침은 지난달 말 일선 의료기관에 전달됐다.
지침은 개별 의료기관의 BCP 운용을 크게 세 단계로 분류한다. 일일 확진자 수 기준으로 1단계는 7000~3만명, 2단계는 3만~5만명, 3단계는 5만명 이상의 상황이다. 각 의료기관은 업무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단계별로 외래·입원 진료와 인력 운용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 지침에 따르면 3단계에서 외래는 비대면으로 운영되며 일반병동 일부는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 직원 중 백신 접종을 완료한 확진자는 증상 발현일로부터 3일간만 격리하고 신속항원검사 음성을 전제로 다시 출근할 수 있다.
개별 의료기관은 이 지침을 토대로 각 기관에 맞는 BCP를 수립한다. 세부 내용과 단계별 전환 기준 및 시행 여부는 개별 의료기관이 정한다. 3만명이나 5만명을 넘긴다고 해서 전국 의료기관이 일제히 BCP 2, 3단계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다만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3일로 설정한 것은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중수본 관계자는 “(확진자의 3일 격리 후 출근이라는 지침은) 최소 기준”이라며 “전파력 등을 고려할 때 확진자를 아예 격리 없이 출근시킬 수는 없다. (다른 사회분야 BCP에도) 공통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9까지 신규 확진자는 4만8437명으로 나타나 동시간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자정까지 집계해 10일 발표하는 규모는 5만명을 훌쩍 넘어 6만명대에 이를 수 있다. 이날 0시 기준 확진자는 4만9567명으로 전주 같은 요일 대비 3만명 가까이 급증했다.
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3주간 확진자 규모는 1주에 평균 1.7배씩 불어났다. 위중증 환자는 285명으로 전일 대비 17명 늘었다. 3차 접종 이후 감소하던 60세 이상 확진자 비중이 시간 경과에 따른 감염 예방효과 감소로 최근 반등하기 시작한 탓으로 풀이됐다.
앞서 지난달 24일 오미크론의 국내 치명률이 델타 변이 대비 5분의 1 수준인 0.16%라고 밝혔던 방역 당국은 이달 7일엔 델타의 3분의 1 수준인 0.21%라고 올려 발표했다.
재택치료 대상자는 이날 0시 기준 16만8020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현재 601곳인 재택치료관리의료기관을 650곳까지 늘려 관리 여력을 20만명까지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10일부턴 집중관리군 재택치료자에게만 정기적 건강 모니터링을 시행한다. 일반관리군은 ‘셀프 재택치료’ 대상이다.
방역 당국은 신속항원검사가 현장에서 15∼20분 기다려야 하는 등 검사 시간이 길어지자 ‘검사 예약제’ 등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