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면 공짜, 아니면 6만원… 신속항원검사비 ‘제멋대로’

입력 2022-02-10 00:02
사진=연합뉴스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가 진행되지만 검사 비용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병원에 따라, 증상 유무에 따라 진료비 격차가 크다 보니 검사 의뢰자가 직접 검사·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정확한 비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이비인후과에 신속항원검사 비용을 문의하자 “유증상자의 경우 평일 기준 5000원, 무증상자의 경우 5만원의 검사비가 든다”고 안내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이비인후과는 무증상자의 경우 검사비가 3만5000원이라고 공지돼 있었다. 반면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 송파구의 내과의원 등은 증상 유무와 상관 없이 진료비 5000원만 받았다. 증상 유무와 병원 위치에 따라 검사 비용이 1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종합병원의 검사 비용은 더욱 비싸다. 제주도의 한 종합병원 선별진료소는 신속항원검사를 받는데 유증상자의 경우 1만원, 무증상자의 경우 6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안내했다. 비용이 제각각이다 보니 신속항원검사 비용이 저렴한 병의원을 SNS 등으로 공유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비용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증상·감염 여부와 상관 없이 신속항원검사 비용이 무료이지만 신규 확진자 급증으로 진료소마다 최소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 “돈이 아까우면 바깥에서 벌벌 떨면서 기다린 후 검사받고, 돈 있으면 병원에서 대기 없이 검사받는다”는 자조 섞인 불만까지 나온다.

정부와 의료계는 가격 차이를 두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무분별한 검사를 막기 위해 무증상자는 원칙적으로 신속항원검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도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무증상자의 경우 실제 지불하게 될 비용은 병원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상 여부에 따라 비용이 크게 엇갈리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무 자르듯 무증상자 검사 비용을 안내하기도 쉽지 않다. 오미크론은 무증상이 많은 데다 발열이나 기침 등 확인하기 어려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료 후에 (유증상자 가격을 적용할지) 결정한다”고 안내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한 의원 관계자는 “진찰을 해보니 환자가 열도 없고 증상이 없는 것 같은데 계속 ‘증상이 있다’고 하는 경우에는 애매하다”며 “이런 경우에는 ‘굳이 증상이 없는데 검사를 받으러 오겠나’ 하는 생각으로 검사를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판 박장군 이형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