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성 관련 일정 많이”… 李, ‘여성 안전’으로 여심 영끌

입력 2022-02-10 04:0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민주당 미래당사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명심 선언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박지현(오른쪽)씨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주제로 대담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여성 안전’을 강조하며 여성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최근 선거대책위원회에 직접 “여성 관련 일정을 많이 잡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등으로 인해 민주당에서 이탈했던 여성 표심을 되찾아 오기 위한 차원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9일 “여성 관련 일정을 많이 잡아 달라는 후보의 요청에 따라 현재 선대위 여성본부가 다양한 일정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은 민주당 지지를 접었던 여성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아직 지지할 후보를 찾지 못한 여성들이 많다”며 “우선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여성 민심을 회복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정춘숙 선대위 여성위원장도 이 후보에게 “이대남(20대 남성)에게 그동안 신경을 많이 썼는데 결과적으로 여성 민심은 홀대했다”며 “여성 관련 일정과 메시지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거듭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민주당 미래당사에서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박지현씨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주제로 대담했다.

이 후보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특정 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모두의 문제란 게 중요하다”며 “통계적으로 보면 디지털 성범죄가 일반적 인식과 다르게 남성 피해자도 상당히 많다. 신고하는 피해자의 약 30%가 남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 남녀 간의 갈등 사안처럼 접근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며 “인권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소중한 것이고, 인간의 내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성착취물 문제는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나타나는 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10일에도 여성 안전과 관련한 현장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으나 11일로 잡힌 TV토론 준비를 위해 해당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