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10%, 가스 16% 인상 예고… 물가 엎친데 덮친다

입력 2022-02-10 04:08
연합뉴스

3%대 물가 상승세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예고된 데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정책 연장을 검토 중이지만 이미 유류세 인하분이 적용된 기름값도 오를 만큼 오른 상황이라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상반기 3%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고 9일 밝혔다. 연간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전망한 2.1%보다 상향 조정된 2.7%로 내다봤다.

물가는 정부 예상보다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물가 상승률을 2.0%로 전망했다가 지난달 2% 중후반으로 전망치를 올려잡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높고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수준(2.5%)을 웃도는 2%대 중후반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물가를 자극할 요소는 많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2분기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10.6%, 도시가스 요금은 올해 말까지 16.2% 인상된다.

농축수산물 가격을 흔들고 있는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과 농산물 작황 부진도 쉽사리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2년이 지나는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가구가 대거 나오면 전셋값 역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여러 카드를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우선 오는 4월 만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정책을 연장하고, 비상시 정부 비축유를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미 기름값에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돼 있어 정책이 연장된다고 해도 체감 인하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천소라 KDI 부연구위원은 “상반기까지는 물가가 높게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물가가 떨어질 만한 요인이 거의 없어서 올해 안에 물가가 정상화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