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사랑한 연극, 이런 기회 줘 감동”… 원로 배우들의 축제 열린다

입력 2022-02-10 04:04

연극계 원로들의 업적을 기리는 축제 ‘늘푸른연극제’가 오는 17∼27일 서울 대학로 일대와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다. 6회째인 올해에는 정욱 손숙 유진규 기주봉 등 원로배우를 비롯해 원로연출가 방태수 등이 참여한다.

서울 종로구 공공그라운드에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운영위원인 배우 박웅은 “원로 연극인들은 말년에 무대에 설 기회가 줄어들고 관심에서 벗어나는 만큼 이들을 위한 지원과 활동은 의미가 크다”면서 “늘푸른연극제가 지속돼 관객들이 오랫동안 연극계에 몸담았던 배우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도 봄’이라는 부제를 단 올해 축제에선 극단 춘추의 ‘물리학자들’, 극단 시민극장의 ‘몽땅 털어놉시다’, 극단 에저또의 ‘건널목 삽화’, 배우 손숙 출연의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 등 4편이 선보인다.

‘물리학자들’은 스위스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원작을 바탕으로 신과 인간 구원 문제를 다룬다. 주로 TV에서 활동하다가 오랜만에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 정욱은 “평생 연극을 사랑한 제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동 받았다”며 “육체의 쇠락으로 연극의 기준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몽땅 털어놉시다’는 충북 연극계를 이끌어온 극단 시민극장의 작품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렸다. 장남수 연출가가 준비 중 타계하면서 친구인 주호성이 연출을 맡았다. 주호성은 “고 장남수 연출가의 추모공연인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며 각오를 다졌다.

‘건널목 삽화’는 마임과 사이코드라마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방태수 연출의 작품이다. 한국 마임을 대표하는 원로 마임가 유진규가 50년 만에 대사가 있는 작품에 출연했다. 유진규는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다 보니 고민이 많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연습하고 있다”며 웃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는 요양원의 한 방을 배경으로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손숙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시력 약화 속에서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고 축제 측이 전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