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한국 대선, 추문·모욕 얼룩… 비호감 선거 역대 최악”

입력 2022-02-10 04:05

“한 후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토지 개발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다른 한 명(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은 자칭 항문 침술사와 연관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기사 서두에서 언급한 한국 유력 대선 후보들에 대한 소개다. WP는 한국 대선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선거”라면서도 “추문과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대선 이슈가 두 후보의 가족으로까지 확대된 점에 주목했다. 이 후보에 대해선 아내 김혜경씨가 공무원 사적 지시 논란에 휩싸였고 장남은 불법 도박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는 아내 김건희씨가 비판적인 언론인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하고 성폭력 피해자를 폄훼했으며, 장모는 통장 잔액 증명을 위조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WP는 “한국인은 정치 추문에 낯설지 않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권력 남용 혐의로 탄핵당했고 무속인이 정치에 개입됐다는 의혹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이 ‘비호감들의 선거’라고 불릴 만큼 역대 최악에 도달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WP는 두 후보의 경력과 의혹도 소개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처음으로 코로나19 현금지원을 제공하는 등 ‘해결사’의 면모를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2명의 관계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는 “전직 검찰총장으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도왔고 공격적인 반부패 검사라는 명성을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 초보자’로 주요 정책 문제와 심지어 자신의 주요 선거 공약에 유창함을 보여주지 않는 등 선거 기간 여러 실수를 저질렀다”고 평가했다.

WP는 “이번 대선은 국내적으로 소득과 성 불평등을 둘러싼 분쟁이 심화하고 국외로는 북한과 중국, 미국, 일본과의 관계에서 미래를 형성해야 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두 후보는 실질적인 정책 토론 대신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이나 흡연자 권리의 확대와 같은 정치적 영합만 있다”고 비판했다.

카운슬온포린릴레이션은 “두 후보(이재명·윤석열) 모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으로 묘사되는 포퓰리스트이자 스트롱맨의 21세기 정치 리더십과 다소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