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출연금 끊긴 금감원 vs 분담금 불똥 튄 은행권 ‘샅바 싸움’

입력 2022-02-10 04:05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9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 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물적분할 문제와 관련해 “소액 투자자 보호 문제를 금융위원회와 검토하고 있다”면서 기관투자자 역할 등에 대한 개선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영희 기자
금융감독원의 가장 큰 수입 예산인 감독분담금 인상 여부를 놓고 물밑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목으로 매년 금융회사들로부터 받는 3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가리킨다.

한국은행이 매년 분담하던 100억원의 금감원 출연금을 올해부터 중단하면서 불똥은 금융회사들로 튀었다. 금감원은 한은 출연금이 예산에서 빠지게 된 만큼 감독분담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감독분담금은 금감원 예산 중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가뜩이나 세금처럼 따박따박 내는 감독분담금에 불만이 쌓였는데 돈을 더 얹어줘야 하느냐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감독분담금 문제 개선 등을 담은 제언서를 여야 유력 후보 캠프에 전달했다. 은행권 전반의 민원을 담은 이 제언서에는 ‘금감원은 사후 검사 및 제재 위주의 감독·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사고 예방을 위한 서비스 제공은 미흡한데,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문제’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감독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명목으로 감독분담금을 내고 있는데 사고 예방을 위한 기능은 별로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주장은 2020년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터진 뒤 금융당국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고조된 측면도 있다. 특히 전체 감독분담금의 40% 이상을 내는 금융지주사와 은행들뿐 아니라 7% 가량을 납부하는 제2금융권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금감원은 내심 한은의 출연 재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은이 출연금 중단을 통보했다가 협의를 거쳐 다시 출연키로 결정한 전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은 “발권력을 통해 감독기관 운영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9일 “금감원 출연 중단은 2021년 예산을 책정한 2020년 말에 이미 2022년부터 중단키로 결정했고 당시 금감원에도 이런 사항을 전했다”며 “출연 재개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과 한은 양쪽에선 공통적으로 “대형 금융회사들이 감독분담금 인상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팬데믹 기간 역대급 수익을 낸 대형 시중은행이 은행당 5억원으로 추산되는 감독분담금 인상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 한 명의 퇴직금 정도인 인상분을 내지 못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 예산 통제 역할을 국회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감원 검사를 받는 기관에 부과하는 감독분담금 규모가 커질수록 결국 그 부담은 은행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 국민에게 떠넘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감원 예산 및 결산은 금융위원회 승인만 받도록 돼 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련 규정을 담은 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통해 분쟁의 소지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