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편파 판정 사태를 놓고 궤변에 가까운 주장을 폈다. 쇼트트랙에서 한국 선수들이 연거푸 실격당한 원인으로 삼성을 지목했다. 그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 핵심적인 이유로 삼성 이야기를 하고 싶다. 20년간 빙상연맹을 지원하던 삼성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손을 뗐다. 삼성이 영향을 미치던 국제빙상연맹과 국제올림픽위원회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이 떨어졌다. 삼성이 사라진 지금 우리 선수들에 대한 불공정 판정은 예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한국 기업이 심판진을 구워삶지 않아서 중국이 마음 놓고 편파 판정을 조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논리의 황당함과 인식의 저열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베이징의 편파 판정은 공정한 룰 속에서 정당하게 실력을 겨루는 스포츠정신을 대놓고 훼손한 행태였다. 기업의 후원이란 배경에서 이 사태의 원인을 찾은 안 의원의 수준은 스포츠정신을 내다버린 중국과 다를 것이 없다. 그가 뱉은 말은 우리 기업이 해외 연맹과 심판진에 안면 트고 돈 뿌려야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 따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의미였다. 뒷돈 지르는 불공정 행태를 아예 게임의 룰로 여기는 발상이고,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많은 땀을 흘려온 선수들의 노력을 모욕하는 발언이었다. 안 의원은 편파 판정에 분노한 여론을 오독했다. 우리는 금메달을 못 따서가 아니라 공정하지 않아서, 그 배경에 자리 잡은 중국의 중화주의가 치졸해서 분노한 것이다.
안 의원 발언에선 얄팍한 정치적 계산이 엿보였다. 편파 판정이 부른 반중정서가 대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화살을 돌리려 했다는 인상을 준다. 반중정서는 지금 거대한 소용돌이가 됐다. 섣불리 편승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 과도한 논쟁을 낳고, 불필요한 소모전에 휘말리고, 자칫 혐오 행태로 불거지게 만들 위험이 크다.
[사설] 편파 판정 원인이 ‘삼성’… 안민석의 황당한 논리
입력 2022-02-1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