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중풍(中風)

입력 2022-02-10 04:10

큰 선거 때는 거의 매번 바람이 분다. 북한발 바람인 북풍(北風)이 대표적이다. 반일 감정에서 비롯된 일풍(日風), 반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미풍(美風)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바람은 선거를 앞두고 교묘하게 유권자의 반감이나 불안심리를 자극해 표심을 흔들곤 했다. 정치권에서 의도적 혹은 공작적으로 일으키는 바람도 있었다. 1997년 15대 대선 때 보수 진영이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북한에 요청한 총풍(銃風) 사건이 사실상 북풍의 시초다. 미군 장갑차에 두 명의 여중생이 압사당한 ‘효순이 미선이 사건’은 2002년 대선에서 미풍으로 작용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개회식 한복 논란으로 커지기 시작한 반중(反中) 정서가 쇼트트랙 편파 판정으로 확산되면서 대선을 앞두고 중풍(中風)이 불고 있다. 여야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강력하게 비난했다. 국민 여론을 감안한 당연한 반응이지만, 다소 과한 반응은 오히려 상황을 왜곡시킬 수 있고 외교적 논란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7일 “편파 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8일 언론 인터뷰에선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관련, “불법 영해 침범은 격침해버려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분노와 좌절에 대해서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 관계가 상대의 국익을 존중해가면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외교 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러잖아도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반중 정서는 확산되고 있었다. 윤 후보가 사드 추가 배치,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 공약 등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표를 의식해 자꾸 반중 정서를 자극하면 자칫 혐중(중국 혐오) 등으로 방향이 엉뚱하게 흘러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와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 더욱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국익 차원에서 전반적인 경제·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 보다 차분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오종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