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김민석!” 이름이 불린 김민석(23)이 미소를 지으며 시상대에 올랐다. 관중석에는 태극기가 나부꼈다. “멋있다, 김민석!” 관중의 환호에 김민석이 손을 흔들어 답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김민석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첫 메달을 따냈다. 쇼트트랙 판정 논란으로 무거웠던 대표팀 분위기를 바꿔낼 만한 성과다. 개인으로서도 2연속 올림픽 메달의 쾌거를 거뒀다. 김민석은 19세 때 출전한 평창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유럽과 북미 선수의 전유물이었던 1500m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낸 첫 아시아 선수였다.
김민석은 8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1500m에서 1분 44초24를 기록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메달을 따낸 평창올림픽보다 0.69초 빨리 달렸지만 네덜란드 키얼트 나위스(32)와 토마스 크롤(29)이 올림픽 기록을 연속 경신하는 활약을 펼쳐 메달색을 바꾸진 못했다.
김민석은 이날 바로 앞 10조에서 뛴 경쟁자 크롤이 1분43초55로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압박을 줬지만 잘 이겨냈다. 첫 구간인 300m를 5위로 통과한 그는 이후 구간에서 코스 안쪽을 잘 타고 들어오며 오히려 속력을 내 순위를 끌어올렸다. 장점인 지구력을 십분 살린 질주였다.
함께 11조에서 경쟁한 평창올림픽 2관왕 나위스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크롤이 단축한 기록을 또다시 1분43초21로 경신하며 불꽃을 태웠다. 그는 1분40초10의 세계기록 보유자다. 네덜란드는 나위스와 크롤 두 선수가 금·은메달을 동시에 석권하며 스피드스케이팅 강국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홈 이점을 안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중국의 닝중옌(22)은 1분45초28로 7위에 올라 부진했다. 대회 직전 대표팀에 극적으로 합류한 박성현(23)은 1분47초59로 21위에 올랐다.
김민석은 시상식 뒤 인터뷰에서 쇼트트랙의 판정 논란을 언급하며 “불의의 사건이 있어서 저라도 어떻게든 금메달을 따 선수단에 힘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도 동메달이라는 결과를 얻은 게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챔피언을 향해 준비해왔다”면서도 “제가 한 레이스는 후회하지 않는다. 경기에 승복하고 결과에 만족한다”고 했다.
김민석은 스피드스케이팅 1000m와 팀추월에서도 메달 도전에 나선다. 김민석은 평창 대회에서 이승훈 정재원과 함께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