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잇고 묶어주는 ‘샛강·마디’ 역할이 한국교회가 할 일”

입력 2022-02-09 03:05
통일선교아카데미 임원들이 8일 서울 서초구 남서울교회에서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헌만 백석대 교수, 화종부 남서울교회 목사, 김병로 서울대 교수.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넘었다. 분단이 이대로 고착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관건은 향후 한국교회의 통일선교에 대한 노력과 대책이다. 8일 서울 서초구 반포로 남서울교회에서 통일선교아카데미(통선아) 임원들에게 한국교회가 나아갈 통일선교 방향을 물었다. 통선아는 ‘2021 국민일보 기독교교육브랜드 대상’(통일 선교 부문)을 수상한 통일선교 전문교육기관이다. 좌담은 통선아 사무총장 조기연 교수(아신대)가 진행했다.

참석자
화종부 목사 (통일선교아카데미 공동대표·남서울교회 담임)
임헌만 백석대 교수 (통일선교아카데미 원장)
김병로 서울대 교수 (통일평화연구원)
사회=조기연 아신대 교수 (통일선교아카데미 사무총장)

-한국교회가 복음통일을 위해 어떻게 기도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원장 임헌만 교수=동서독이 통일됐을 때 독일 국민의 반응은 ‘어? 우리가 어떻게 통일이 됐지’였다. 한마디로 통일은 하나님이 통일의 문을 열어주셔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한국교회는 무엇보다 복음통일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독일의 크리스천들은 1982년 9월 ‘칼을 쳐서 쟁기로’라는 표어로 매주 월요일 구동독 라이프치히 성 니콜라이 교회에서 평화기도회를 개최했다. 먼저 작센주 작은 교회들의 통일기도회가 도화선이 됐다. 당시 동독의 비밀경찰인 슈타지 치안담당자는 매주 700여 명을 성 니콜라이 교회에 보내 미리 자리를 차지하게 했지만, 그들도 동서독 통일을 부르짖는 크리스토프 보네베르거 목사의 산상수훈 강해 설교에 큰 감동을 받았다. 때문에 1989년 10월 9일 평화와 시민의 권리, 인권신장을 요구하는 7만여 명의 군중이 성 니콜라이 교회, 성 토마스 교회, 성 요한네스 교회로 몰려들었을 때 그들을 무력으로 진압하지 않았다. 당시 라이프치히 중앙위원회의 치안 책임자 밀케는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었으나 기도와 촛불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공동대표 화종부 목사=기도운동과 더불어 한국교회의 역할은 첫째, 남북이 경색되었을 때도 교류가 끊어지지 않도록 ‘샛강을 살리는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둘째로 통일 이후 교회가 가지고 있는 복음 즉, 희생과 섬김을 통해서 남과 북을 하나로 묶어주는 마디의 역할이다. 또한 통일전 북한 사역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사역이다. 저들이 계속 받고도 감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 사역을 감당하며 갈 수 있는 곳은 복음을 알고 있는 교회밖에 없다. 북한 사역은 신앙고백과 십자가의 삶이 묻어나야 감당되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6·25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김병로 서울대 교수=그렇다. 현재 6·25 전쟁이 일어난 1950년 이전 출생자는 전 인구의 10%에 불과하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갤럽에 의뢰한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4.3%에 불과했고, 특히 20대는 28.0%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분단과 통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남북한이 무조건 통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것도 통일의 한 형태이며 과정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통일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정치체제의 통합이라는 기존의 관념만이 아니라, 한국(남)과 조선(북)의 실체를 인정하며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것도 통일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화 목사=다른 관점도 필요하다. 이렇게 분단이 장기화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단을 경험한 세대들이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이유가 크다. 전쟁의 상흔이 상대적으로 적은 세대들이 많다는 것은 통일에 관한 관심이 적다는 데에서는 어려움이겠지만 전쟁의 상처와 적대감이 없기에 오히려 통일의 가능성은 커진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너희들이 몰라서 그런다”고 말하지만, 전쟁의 상처가 없기 때문에 동기부여만 되면 통일의 가능성이 훨씬 커질 수 있다.

△김 교수=통일에 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또한 작은 단체와 큰 단체가 네트워크되어 서로 연합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통선아가 그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본다.

-한국교회의 통일 교육의 문제점은?

△화 목사=한국사회의 통일 교육은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다. 한국교회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교회는 복음적이고 성경적인 통일선교 교육이 필요하다. 복음은 화평의 복음, 평화의 사도를 강조하는데 교회가 일반학문이 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일선교아카데미는 성경이 뭐라고 말씀하는지, 통일을 어떻게 하면 신앙적인 차원에서 풀어낼 수 있는 가의 고민에 대하여 답을 줄 것이다.

-통선아에 대해 소개해 달라.

△임 교수=통선아는 2014년 4월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에 사무실을 두고 남서울교회와 할렐루야교회, 한국중앙교회 주안장로교회 수원중앙교회 지구촌교회 만나교회 동안교회 풍성한교회 미주글로발선교교회 10개 교회가 연합해 설립했다. 후에 대전 산성교회 새중앙교회 성문교회 강일교회 마산재건교회 창조교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통선아의 비전은 단순히 통일 교육만이 아닌 복음통일과 세계 선교라는 사명을 위해 한국교회가 함께 연합하고 협력하는 일에 플랫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통선아는 1년 2기제 통일·북한선교에 대한 16개 분야의 주제로 강의한다. 현재 총 473명이 이 과정을 졸업했다. 북한선교 기관과 연결해 현장 실습을 하고, 북·중 접경지역 사역현장을 방문해 훈련한다. 경색된 남북 관계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북한선교의 진행이 멈춰있는 상황에도 온라인 플랫폼 구축과 학습관리시스템(LMS) 도입으로 국내는 물론 국외 어디에서든 통일선교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지난 학기 미주 통선아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와 오렌지카운티 캠퍼스가 한국과 같은 시간 수업을 진행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통일선교 자막강의와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 자막강의 시스템 구축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은.

△화 목사=세상은 교회가 교회다움을 바라고 있는데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 중의 하나는 자기중심적으로 살던 삶을 하나님 중심, 이웃 중심으로 사는 삶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 안에 그런 변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세상과 같은 구복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것에 설교와 가르침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므로 세상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이다. 이 왜곡된 가르침이 변화될 때 비로소 성도의 삶이 변화되기 시작하고 교회가 세상과 다른 ‘교회다움’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세상이 상상하지 못할 사랑을 하며, 자기를 희생해 종되고 낮아지는 삶이 제일 복되다고 고백하는 ‘사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삶은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날 때 비로소 나타나는 열매이다. 한국교회는 이제 복음이 척박한 땅에 터를 잡았고 지금은 신앙의 내실을 닦고 있다. 이후에 분명히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역으로 쓰실 것이다.

정리=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