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단일화의 시간’에 쫓기고 있다. 8일로, 대선 후보 등록 기간(13~14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단일화 시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단일화 당사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엇갈린 말’을 내놓고 있다.
윤 후보는 7일 “단일화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안 후보는 8일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역대 대선에서 이뤄진 세 번의 단일화가 후보 등록일 이전에 이뤄진 만큼 단일화 성사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 등록일 전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에 따라 투표용지 인쇄일(28일)과 사전투표 시작일(3월 4일)이 단일화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단일화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시점과 방식을 두고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펼쳐질 전망이다.
1997년 공동정부 형태인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은 성공적인 단일화 사례다. DJP 단일화는 대선 46일 앞두고 전격 성사됐다. 김대중 당시 후보는 역대 최소 표차인 39만표 차로 이회창 후보를 겨우 따돌리며 당선됐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경우도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한 사례다. 당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 53일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 후보(18.1%)는 정몽준(23.6%) 후보에 뒤처져 3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후보 등록일 전날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단일화의 힘을 바탕으로 노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했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도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역시 후보 등록일 전인 약 한 달 전 안철수 후보 사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문재인 당시 후보는 대선에서 투표율 48.0%를 기록하며, 51.6%를 얻은 박근혜 후보에게 석패했다.
전문가들은 단일화 시점보다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단일화 시점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번 대선은 2030세대 중도층 표심을 잡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들 세대는 SNS를 통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기 때문에 임박해서 단일화를 할 경우 더욱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여론조사를 통한 승자독식의 방식보다는 공동정부 등 감동을 줄 수 있는 방식이어야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도 “굴욕적인 단일화는 독이 될 수 있다”며 “아름다운 단일화여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단일화가 일찍 이뤄지면 향후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박빙일 경우에는 막판에 단일화가 이뤄질 때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사표 방지를 위해서라도 최소한 투표용지 인쇄 전에는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면서도 “두 후보가 공동정부를 어떻게 꾸려나갈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