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셀링·성경 강해·광대 목회… 설교 노하우 달라도 감동은 하나

입력 2022-02-12 03:01 수정 2022-02-12 17:12
설교는 성도들에게 영적 양식이다.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설교를 듣고 이해하며 신앙과 믿음으로 응답하길 바란다. 강단목회로 유명한 목회자들의 설교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 목회자보다 더 많은 설교를 하고 있다. 미국 목회자들은 주일 낮 예배 한 편의 설교를 일주일 내내 준비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국내 목회자들은 주일 낮 설교 외에도 주일 저녁 설교, 수요예배 설교, 매일 새벽기도회와 금요 심야기도회 설교, 심방 설교 등 많은 설교를 해야 한다.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 100명에게 지난 1~10일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목회자 설교의 특징 및 매력’ ‘설교자의 소명, 자질’ ‘설교와 교회성장’ 등에 대해 물었다.

교계의 존경받는 목회자로 손꼽히는 이재철(사진) 목사의 설교 특징은 성경 중심적인 강해설교다. 이 목사의 설교를 자주 듣는다는 이모(44) 씨는 “그의 설교는 듣는 이들에게 본질로 돌아오게 한다. 본문 해석의 타당성과 논리적인 힘은 철저한 성경 중심적인 설교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인 임모(55) 씨는 “그는 설교 원고를 외울 뿐 아니라 완전히 소화해 강단에 선다. 풍부한 예화를 사용하는 것도 설교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설교를 마치는 기도에서도 그냥 즉석에서 만들어진 기도나 단순한 설교 요약이 아닌 본문의 정수가 느껴진다고 했다.

지구촌교회 이동원(사진) 원로목사의 설교는 뛰어난 전달력이 있다. 이 교회 교인 이모(60) 씨는 “발음이 정확하다. 그가 사용하는 문장 역시 청중이 이해하기 쉽다. 논리적인 설교”라고 말했다. 이어 “서툰 설교자들은 예화를 사용하면서도 오히려 설교에 손상을 주는 일이 있지만, 이 목사는 공을 잘 다루는 축구 선수처럼 예화를 적절하게 다를 줄 안다”고 했다.

곽선희(사진) 소망교회 원로목사의 설교는 믿음의 결단을 강조한다. 교인 김모(44) 집사는 “곽 원로목사는 믿음의 결단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며 “그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성도의 윤리적 책임 또는 사랑 실천의 맥락에서 설교한다”고 평가했다.

고(故) 사랑의교회 옥한흠(사진) 원로목사의 설교를 주로 듣는다는 김모(60) 장로는 옥 목사는 청중에게 들리는 설교를 한다고 평했다. 김 장로는 “그의 설교는 크리스천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제자훈련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지는 신앙 실천과 경험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옥 목사는 생전에 “설교자는 설교를 준비해 놓고 뒤에는 반드시 청중 자리에 앉아 자기 설교를 한번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은 고 조용기(사진) 원로목사의 설교 특징을 ‘카운셀링’(counselling)이라고 표현했다. 안치옥(79) 장로는 “그의 설교는 질타보다는 치유와 희망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고난을 겪거나 문제를 갖고 교회에 나온다.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설교하는 그의 역동적인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회고했다. 조 목사의 설교는 좋으신 하나님을 믿음으로, 절대 절망을 절대 희망으로, 가난 의식을 부요 의식으로,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인 삶으로 바꿨다.

장경동(사진) 대전 중문교회 목사는 설교 비법으로 “설교를 잘하기 위해 선배 부흥사들의 설교 테이프를 많이 들었다. 은혜롭고 감동적인, 좋은 점들을 배우고 체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목사는 특유의 유머와 구수한 입담으로 비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인기와 인지도가 높다.

인기 부흥사 김문훈(사진) 부산 포도원교회 목사는 매일 새벽기도 본문인 성경 묵상 교재와 국민일보 등을 통해 설교 아이디어를 얻는다. 들리는 설교가 되도록 쉽고 재밌고 솔깃한 언어로 이야기식 설교를 한다. 그의 설교와 강의에는 감동이 있고 치유와 회복의 역사가 일어나곤 한다. 김 목사는 “부정적인 자료나 비판적인 논리에 치중해 신앙에 염증을 일으키고 시끄러운 기독교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을 일으키는 설교, 순전한 기독교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특히 구원의 역사와 성경 인물에 대한 설교를 즐겨한다. 그는 “성경 인물이 약점에도 불구하고 부름을 받고, 사랑받고, 쓰임 받는 이유를 풀어가다 보면 하나님의 솜씨와 쓰임 받는 사람의 특징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소강석(사진) 새에덴교회 목사는 ‘광대적 설교’로 주목받고 있다. 소 목사는 대중가요 멜로디에 기독교적 가사를 얹어 부르며 성도들의 이해를 돕는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소 목사 자신도 스스로 하나님 앞에선 ‘광대’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SNS에 “신학자 바빙크 역시 설교를 하나의 연극 행동이라고 가르쳤다”고 썼다.

거룩한빛광성교회 교인들은 정성진(사진) 원로목사의 설교에 대해 군더더기 없고 깨끗한 메시지 전달력이 특징이라고 했다. 특히 부목사와 교인, 타인을 배려하는 사랑 실천이 그의 설교를 돋보이게 한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설교로 유명한 목회자들이 많지만 지금 한국교회 강단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야 함에도 자기 생각이나 사상, 세상적인 말이나 쓸데없는 예화 등을 나열해 말씀하신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게 하는 목회자들이 왕왕 있다.

정 목사는 최근 교계 행사에서 “지도자들은 즐길 것 다 즐기고, 먹을 것 다 먹고 그 자리를 떠나거나, 은퇴한 후에야 비로소 ‘교회 개혁’을 운운하니 아무도 신뢰하는 사람이 없고 발언은 하나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너나 잘하라’며 외면하고 있다. 이제 ‘성경적이다’를 판가름할 잣대마저 모호해졌고,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도 맥없는 소리에 불과해졌다”고 일갈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사회에 영향력을 잃어가고 병든 시대를 고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영적 감화력도 떨어지고 있다”며 5대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무자격 목사안수 남발과 목회자 대량 양산의 개혁, 대형교회의 대물림 즉 세습의 개혁, 지도자의 의식개혁, 빗나간 이단 논쟁의 개혁, 연합운동의 개혁이다.

아신대 조기연 교수는 “목회자는 ‘나의 설교’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해야 한다. 목회자의 설교가 하나님 중심이 되지 않으면 설교가 아니라 강의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특히 “목사들은 설교에 욕심을 내 많은 것을 전달하려 하는데 좋지 않다. 한 설교에 주제를 몇 개씩 설정하고 설교하면 듣는 사람이 혼란스러워한다”고 지적했다.

정상운 전 성결대 총장은 “설교를 듣는 성도의 귀가 열리려면 성도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서 고민하는 주제에 대한 신앙적이고 성경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수 꿈너머꿈교회 목사는 “설교는 단순히 성경 내용이나 하나님에 관한 지식 등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다. 설교자가 먼저 하나님 말씀을 깨닫고 은혜를 받고 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대동 분당 구미교회 목사는 “설교는 타이밍이 참 중요하다. 회중이 어떤 상황에 있고, 주변 환경은 어떠하며 회중의 마음상태는 어떠한지 잘 살펴 시의적절한 내용으로 설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우성 압구정예수교회 목사는 “새벽에 눈을 떠서 밤에 잠이 들 때까지 어디서나, 매 순간이 설교 준비”라며 “설교를 하기 위해 잔잔히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 한 주간 주님의 말씀을 듣고, 들은 말씀을 정리해 주일에 설교한다”고 말했다.

고명진 수원 중앙교회 목사는 “설교의 목적은 영혼 구원과 영적 성숙이다. 쉽게 표현하면 아직 예수 믿지 않는 사람 예수 믿게 하는 것과 이미 예수 믿는 사람에겐 예수님을 닮아 가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