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편파 판정으로 ‘반중 정서’가 끓어오르자 더불어민주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재명(사진) 대선 후보가 연일 중국 비판 메시지를 쏟아내는 등 ‘친중 이미지’ 탈피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국민의힘이 ‘민주당=친중’ 프레임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민주당 내에서는 이 후보의 외연 확장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는 8일 서울 강서구 방신전통시장에서 “(한국 선수 2명을 실격시킨) 편파 판정에 대해 중국 체육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지구촌 화합의 장이어야 할 올림픽이 자칫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동서 해역의 북한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며 “불법 영해 침범인데, 그런 건 격침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층을 중심으로 퍼진 반중 정서와 관련해선 윤 후보를 겨냥해 “이를 자극하고 적대감을 이용해 득표하려는 것은 극우 포퓰리즘의 초기 단계”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7일 밤 쇼트트랙 경기 직후에는 페이스북에 “편파 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적었다. 앞서 4일에도 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이 등장한 것과 관련해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민주당은 중국의 편파 판정이 ‘공정 프레임’을 자극했다는 점에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공정 문제는 2030세대가 특히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 야권의 공세 등으로 민주당에 친중 이미지가 덧씌워진 상태에서 반중 정서가 더 확산될 경우 민주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아무리 친중이 아니라고 한들 유권자에게 어떻게 비칠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중국의 편파 판정은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선대위 고위 관계자도 “올림픽 때문에 반중 정서가 끓어오르고 있다”며 “특히 중국이 공정 프레임을 건드린 것은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비판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편파 판정한 데는 중국 내치 목적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청와대나 정부가 스포츠 경기 결과를 놓고 중국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한국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의 ‘한복 논란’과 관련해 “이른바 ‘문화공정’, ‘문화약탈’이라는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중국대사관은 “중국 측은 한국의 역사·문화 전통을 존중하며, 한국 측도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각 민족 인민들의 감정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국대사관이 입장문을 배포한 것은 한국 내 반중 정서가 고조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재현 최승욱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