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어이없다”… 국제 스포츠계로 번진 쇼트트랙 판정 논란

입력 2022-02-09 04:03
베이징을 방문 중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황 장관은 8일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단과 온라인 간담회를 갖고 쇼트트랙의 편파 판정을 비판했다. 연합뉴스

황희(54)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판정 논란이 불거진 7일 남자 1000m 쇼트트랙 경기를 가리켜 “황당하고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황 장관은 체육 분야 주무부처 수장이자 정부 대표 자격으로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을 방문하고 있다.

황 장관은 8일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단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전날 쇼트트랙) 경기가 끝나자마자 저와 체육회장, 선수단장, 집행위원장이 모여서 대응 논의를 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간담회에 앞서 한국 선수단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공식 제소 방침을 밝혔다.

황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조치할 것이냐는 질문에 “애매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올림픽을 책임지는 국제·국내 조직이 있는데 국가 간 관계로 이야기한다는 게 조금 어색하다”면서 “올림픽에서 일어난 일을 갖고 주최국 정부에 이의 제기를 하는 예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가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건 난처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홍근 대한민국 선수단장이 8일 중국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인탁 선수부단장, 윤 단장,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 이소희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 베이징=권현구 기자

이날 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선 윤홍근 선수단장과 최용구 쇼트트랙 지원단장 등이 대응안을 발표했다. 윤 단장은 “경기 뒤 현장에서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국제빙상연맹(ISU)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서한을 발송했다”며 “IOC 위원인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과 유승민 위원을 통해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즉석 면담을 요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선수들의 구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ISU는 한국 선수단의 이의제기에 판정번복 불가 입장을 내놨다. ISU는 황대헌의 준결승 경기 실격에 대해 “영상으로 드러났듯 선수는 접촉을 유발하는 불법적인 뒤늦은 진로 변경으로 실격됐다”고 했다. 이준서의 실격 판정에는 언급이 없었다. 대한체육회가 계획한 CAS 제소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판정 결과를 뒤집은 예가 드물다.

ISU 국제심판인 최 지원단장은 “ISU의 답변은 충분히 예견됐다.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게 경기규정 297조다”면서 “남은 종목이 많다. 앞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또 이런 불이익이 생길까 염려했기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ISU가 추후 오심 자체라도 인정할 가능성에 대해 “심판 권위가 밑바닥으로 떨어질 것이기에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말 잘못했다고 본다면 유감 표명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종목 결승에서 1위로 들어온 헝가리의 류 사올린 샨도르도 두 차례 페널티 판정으로 옐로카드를 받아 실격했다. ISU는 헝가리 선수단의 이의제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샨도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금메달을 딴) 런쯔웨이에게 축하를 전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똑똑하게 훈련할 것”이라고 적었다. 경기 결과를 비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언급이다. 은퇴한 캐나다의 쇼트트랙 스타 샤를 아믈랭은 “챔피언의 명언!”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권지혜 특파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