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서울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넘어섰다. 1년여 전에도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보다 컸다. 당시에는 새 임대차법 여파로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게 원인이었다. 올해 시장은 정반대 양상이다. 전셋값 상승률이 크게 줄었지만, 매매가격 상승률이 그 이상으로 떨어졌다.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시장 전반이 얼어붙고 대선 이후를 기다리겠다는 관망세에 무게가 실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8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3%로 전셋값 상승률(0.31%)보다 낮았다. 전셋값 상승세는 최근 들어 급격히 꺾이고 있다. 다만, 매매가격 상승률의 내림세가 훨씬 두드러지면서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69%였으나 같은해 10월 1.05%, 11월 1.06%, 12월 0.46%로 줄었다.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해 9월 1.02%, 10월 0.49%, 11월 0.92%, 12월 0.45%로 감소했다.
2020년 12월에도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지금과 상황이 달랐다.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달 동안 1.32%나 올랐다. 이후 지난해 4월을 제외하면 줄곧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같은 시기(2020년 12월) 전셋값 상승률은 1.99%나 됐다. 2020년 7월 시행된 새 임대차법의 영향을 받아 전세난이 극심했었다.
올해 빚어진 ‘전세·매매 역전’은 극심한 거래절벽과 관망세를 특징으로 한다. 지난해 하반기로 갈수록 ‘집값 고점’ 인식은 확산하고, 대출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매매·전세 거래 모두 급격히 줄었다. 거래 비중이 매매에서 전세, 다시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가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1년간 전국 누적 주택 매매거래량은 101만5171건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0.6% 감소했다. 특히 수도권(2만1573건)은 1년 전 대비 65.9%나 줄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