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8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 “우리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선수들의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베이징올림픽 편파 판정 논란으로 국민의 반중 정서가 고조되면서 보수 야권 대선 후보들이 ‘반사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야권 후보들이 표심을 의식해 반중 정서를 과도하게 자극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과학기술 정책 토론회를 가진 뒤 “이번 올림픽 상황을 보고 우리 아이들이 공정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크게 실망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반중 정서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으로서 특정 국가에 대한 반대 감정을 언급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계시는 것은 한·중 관계가 상호 존중에 입각해 상대의 국익을 존중해가면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정부의 대중 정책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윤 후보는 또 페이스북에 1994년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를 공유했다. 그는 올림픽 개막식 전 조선족의 일상이 담긴 영상에 한복과 윷놀이, 강강술래 등이 나온 것을 언급하며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역사를 중국에 예속,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는 데 있다”고 썼다.
안 후보도 가세했다.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은 더티(dirty) 판정을 즉각 취소하고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수년간 뼈를 깎는듯한 고통을 감내하며 이날만을 기다려 온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무너져 내렸다”며 “쇼트트랙 편파 판정으로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김치, K팝, K드라마…한복은 말할 것도 없죠”라는 글을 한국어와 영어로 올렸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불거진 ‘한복 논란’을 암시하며 중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해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선 후보들이 적절한 수위에서 의견 표명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외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언급은 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