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왕자’ 차준환이 올림픽 무대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도전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남자 피겨 간판 차준환은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기술점수(TES) 54.30점, 예술점수(PCS) 45.21점, 총점 99.51점으로 4위에 올랐다. 모든 구성요소를 ‘클린’ 하는 무결점 연기를 선보이며 지난달 국제빙상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최고점(98.96점)을 뛰어넘었다. 차준환은 디펜딩 챔피언 하뉴 유즈루(일본)보다 높은 순위로 출전 선수 중 상위 24명에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진출 티켓을 확보해 10일 남자 피겨 사상 첫 올림픽 메달 도전에 나선다.
전체 23번째로 은반 위에 오른 차준환은 이터널 이클립스의 ‘페이트 오브 더 클록 메이커(Fate of the Clockmaker)’ 음악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첫 번째 과제인 쿼드러플(4회전) 살코를 깨끗하게 성공시킨 뒤 고난도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연결 점프에 이어 마지막 트리플 악셀까지 준비한 점프를 완벽하게 뛰었다. 점프 사이 구성한 플라잉 카멜 스핀과 체인지 풋 스핀은 물론 스텝 시퀀스도 깔끔하게 처리해 모두 레벨4를 부여받았다. 같은 조에서 일본의 하뉴와 우노 쇼마가 먼저 좋은 연기를 펼쳤기에 긴장할 만도 했지만 흔들림 없는 연기로 응수했다.
경기 뒤 주먹을 불끈 쥐며 만족을 표한 차준환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올림픽인 만큼 긴장을 안 할 수 없었지만 즐기려는 마음이 컸고 나 자신을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한 번 더 좋은 연기로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힘이 되는 경기를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피겨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하뉴와 네이선 첸(미국)의 1차 맞대결은 첸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첸은 쿼드러플 플립과 트리플 악셀, 쿼드러플 러츠-트리플 토룹으로 이어지는 최고난도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총점 111.82점으로 1위에 올랐다. 94년 만에 남자 싱글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하뉴는 날이 얼음에 걸리면서 회전이 풀려 첫 번째 과제 쿼드러플 살코를 뛰지 못하는 등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4회전 연결 점프와 트리플 악셀 등에선 남다른 클래스를 입증해 프리스케이팅에서 반전 가능성을 내보였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