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축산농가와 불통, 커지는 김현수 책임론

입력 2022-02-09 04:07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농가 간 ‘강 대 강’ 대치가 탈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정권 말 농정이 꼬이고 있다. 흰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 결정 구조 개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체계 개편을 두고 양측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는 소통 없는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의 ‘아집’이 실타래를 더 꼬이게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양 측의 갈등은 낙농진흥회가 지난해 8월 원유 가격을 ℓ 당 21원 인상하면서 시작됐다. 원유 가격 상승은 우윳값 상승을 촉발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우윳값마저 오르자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원유 가격 결정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며 나섰다. 수요 공급 원리와 상관없이 인건비·사료 등 생산비가 오르면 원유 가격이 올라가는 ‘원유 가격 생산비 연동제’를 정조준했다.

하지만 당초 지난해 말까지 내놓기로 했던 개편안은 낙농단체의 반발로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제도 개편안을 다루기 위해 만든 대화기구인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는 4차례 무산된 후 사실상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농식품부가 지난달 28일 꺼내든 낙농진흥회 행정처분 카드는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낙농가 단체는 해당 조치와 관련해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7일 밝혔다.

돼지농가들도 농식품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식품부가 ASF 방역 강화를 위해 도입한 전국 돼지농가 대상 ‘8대 방역시설 의무화’ 규정 위반 시 곧바로 사육을 제한하거나 농장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벌칙 조항이 문제가 됐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8일 “계도 기간도 없이 농장을 폐쇄한다는 것은 그냥 다 죽으라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두 사안 모두 소통을 통한 조정보다는 정부 입장만 강조하다보니 갈등이 커진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농식품부 실무자들은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없어서 어렵다”고 한숨을 쉰다. 김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부분이라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김 장관이 축산 정책 실무를 맡은 경험이 없다 보니 축산단체들과 대화한 적이 없다. 우리 사정을 전혀 모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경제부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