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엉망이 된 파리’ 트윗에 프랑스 대선판 흔들

입력 2022-02-09 00:03
한 트위터에 ‘#SaccageParis’(엉망이 된 파리)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 트위터 캡처

4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수도 파리에서 ‘쓰레기 논란’의 본질이 정치공방에 퇴색하고 있다. 우파 진영이 미흡한 도시 미화 정책을 대선 후보인 파리시장에 대한 비판의 빌미로 삼으면서 시 당국을 상대로 “거리청소 좀 해달라”는 요구가 정치공세로 폄훼당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주말판 업저버는 7일(현지시간) “성난 시민들이 수도(파리)의 ‘쓰레기화’를 비판하는 캠페인을 이어왔다”며 “일부는 안느 이달고 시장을 비난하고 어떤 이들은 극우의 계략으로 본다”고 전했다.

외지인에게 낭만의 도시로 여겨지는 파리의 고질적 쓰레기 문제가 현지에서 새삼 논란거리로 급부상한 것은 코로나19 3차 봉쇄 기간이던 지난해 3월부터다. 당시 트위터에는 지저분한 도시 곳곳을 찍은 사진 수십장이 ‘#SaccageParis’(엉망이 된 파리)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왔다.

파리 북부를 관통하는 생마르탱 운하가 비닐봉지와 빈 병 등 온갖 쓰레기에 가로막힌 모습부터 쓰레기가 넘치는 쓰레기통, 부서진 포장도로, 낙서로 뒤덮인 벽까지 사진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도록 방치됐음을 고발했다.

이후 비슷한 장면을 담은 사진이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줄줄이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시 당국에 해결을 촉구하는 일종의 시위 양상을 띠었다. 업저버는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까지 해당 해시태그는 트위터에서만 270만번 이상 사용됐다”며 “아름다웠던 도시가 영혼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됐다”고 해설했다.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파리시는 도시 미관 개선책을 담은 ‘아름다움을 위한 선언문’을 내놓기로 했지만 해시태그운동의 의미는 축소했다. 시 당국은 일부 게시물이 이달고 시장을 거칠게 공격하는 점 등을 들어 애초 극우 지지층이 조직한 정치공작이라고 본다.

좌파 정당인 사회당 소속 이달고 시장은 대선 출마를 지난해 9월 공식 선언했다. 지지율은 현지 여론조사업체 오피니언웨이가 실시한 여론조사(지난달 12일 발표) 결과 4%로 대선 후보군 중 가장 낮다.

해시태그운동에 참가한 서점 운영자 자크 데세는 “우리 중 다수에게는 정치적 동기가 없다”며 “해시태그 달기는 시민운동으로 정치적 의견이 광범위하게 섞여 있다”고 업저버에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달고와 그의 참모진을 비난하는 건 그들에게 뭔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익명을 요구한 젊은 엔지니어도 “가장 오른쪽에 있는 일부 사람이 해시태그를 사용한 건 사실이지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치공세라는 주장은) 변명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업저버는 전했다.

지난달 ‘쓰레기통’이 돼버린 파리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왕실 평론가 스테판 베른은 “내가 아는 한 그(이달고)는 더럽히는 사람도 아니고 환경미화원 잘못도 아니다”며 “가장 큰 범인은 누구보다도 (파리)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