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기후·환경·에너지 공약 키워드는 공통적으로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이다. 다만 두 후보가 제시한 이행 방법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 관련 공약을 두고 두 후보 사이의 간극이 크다. 이 후보는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을 2085년까지 쓰되 신규 원전은 짓지 않는 이른바 ‘감원전’ 정책을 공약했다. 반면 윤 후보는 ‘친원전(탈원전 백지화)’ 정책을 내세운다. 원전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신한울원전 3·4호기 설계 및 건설을 재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원전 수출을 위한 범정부 추진 조직을 꾸리고 2030년까지 원전 일자리 10만개도 창출할 계획이다.
두 후보의 공약은 문재인정부의 ‘2060년 탈원전’ 정책을 계승하지 않겠다는 공통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핵폐기물 처리 해법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 후보는 지난 3일 TV토론회에서 핵폐기물 처리 대책으로 파이로프로세싱(핵연료 건식재처리기술)을 언급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라 한계가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민에게 20~30년 후 닥칠 핵폐기물 문제를 가감 없이 알리고,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파를 떠나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에너지원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미세먼지 감축 공약은 대체로 ‘오십보백보’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후보는 ‘한·중 청천계획’을 직접 점검하고, 아·태 다자간 대기협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한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은 동아시아 대기협정마저도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태 다자간 대기협정을 맺고 양국 간 청천계획을 직접 점검하는 방안은 외교적 갈등에 가로막힐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윤 후보는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임기 내 3분의 1로 줄이고, 고농도 미세먼지 경고를 현행 12시간 전에서 2일 전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지금보다 하루 먼저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이틀 전 미세먼지 측정치의 정확도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단기적 조치에 불과해 미세먼지 감축에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후보가 차별적으로 내건 공약도 눈길을 끈다. 이 후보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 2050 탄소중립을 총괄하는 부처로,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통합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와 함께 생활폐기물 감축을 위해 전자·가전제품의 소비자 수리권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전자기기 유통업체인 스카이랩 박종일 대표는 “중소업체와 소상공인도 수리·서비스 시장에 참여해 대기업의 독과점을 견제하는 역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올 4월로 예정된 전기요금 인상을 백지화한다고 공약했다. 현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탈원전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회피라고 본 것이다. 전봉걸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장은 “전기요금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매커니즘부터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축 건물에 음식물분쇄기(디스포저)를 설치하는 공약도 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경 부하를 최소화할 대책이 보이지 않아 우려된다”고 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