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이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소 35조원, 국민의힘은 50조원 규모로 증액하자는 입장이다.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감안해도 정부안의 2.5배, 3.5배로 증액하자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민주당은 적자 국채 발행으로, 국민의힘은 올해 예산을 구조조정해 재원을 마련하자고 하는데 둘 다 정부가 받아들이기 곤란한 방안이다. 지난해 12월 초 코로나 대응까지 고려해 국가 채무가 108조원 불어나는 것까지 감수하며 사상 최대인 607조원대의 올해 본예산을 확정했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또 대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하자는 건가. 올해 예산을 구조조정해 50조원을 마련하자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국회 심사를 거쳐 확정된 예산을 시행도 하기 전 삭감하는 게 가능하겠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관련 질의에 “(SOC 예산을) 10조원 깎겠다고 하면 여야가 합의할 수 있겠나”고 반문한 이유다.
부작용이 크고, 현실성이 부족한 재원 마련 방안을 들이밀며 대규모 증액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치권의 무책임성만 드러낼 뿐이다. 이러니 두 정당이 대선에서 소상공인의 표를 얻으려고 뒷감당,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등이 증액 가능성을 열어놓은 발언을 했지만 대폭 증액까지 수용하겠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합리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성심껏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김 총리도 “무조건 어디서 몇십 조를 짜내라고 하는 건 불가능한 요구”라고 했다.
추경은 적기에 신속하게 집행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여야가 증액을 고집하다 때를 놓칠까 우려스럽다. 무리한 증액을 고집하지 말고 합리적인 수준의 추경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정부안은 방역 조치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 약 320만명에게 인당 300만원 상당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손실보상률은 80%이고 손실보상 하한 지급액을 기존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렸다. 소상공인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겠지만 당장의 위기를 넘기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안을 일부 보완하는 선에서 합의해 우선 집행하고 필요하다면 대선 이후 추가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설] 추경 대폭 증액 고집 말고 합리적 수준에서 신속 처리해야
입력 2022-02-0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