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서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12개로 소련 동독 미국에 이어 메달 순위 4위를 차지했다. 2년 앞선 서울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 93개를 획득, 중국에 금메달 1개가 모자라 2위를 기록했다. 이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비해 이때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린 데에는 홈 어드밴티지도 한몫했다.
서울아시안게임에선 태권도가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또 양궁을 12개 세부종목으로 나눠 금메달 9개를 거머쥐었다. 복싱에선 12개 전체급을 석권했다. 우리 선수 기량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심판진의 후한 점수가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복싱 편파 판정 논란은 서울올림픽 때 정점을 찍었다. 한국과 미국 선수가 대결한 라이트미들급 결승전, 누가 봐도 미국 선수가 압도한 경기였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 선수의 판정승. 예상 밖 결과에 우리 선수도 당황했다. AFP통신은 이 경기를 ‘역대 최악의 올림픽 판정’ 2위에 랭크하기도 했다.
어느 나라에나 텃세는 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미국)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미국의 안톤 오노는 할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 선수의 금메달을 도둑질했다. 2014년 소치(러시아) 동계올림픽에선 김연아 선수가 탁월한 연기를 펼치고도 심판진의 편파 판정으로 러시아 선수에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심판이 개입할 여지가 적은 기록경기에선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할 여지가 낮다. 있다면 자국민의 열광적 응원 정도다. 기록대로 성적이 매겨지기에 잡음이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심판의 판정이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얘기는 달라진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편파 판정으로 얼룩지고 있다. 쇼트트랙이 특히 심하다. 혼성계주 경기에서 터치하지 않은 중국 선수에게 마땅히 페널티를 줬어야 함에도 금메달을 안겨줬다. 반면 중국 선수보다 잘하는 다른 나라 선수는 모조리 실격이다. 자국 개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나 중국의 텃세는 너무 노골적이고, 치졸하고, 뻔뻔하다.
이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