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붕 수리·성경학교 실시… 코로나에도 멈춤 없는 낙도 사랑

입력 2022-02-09 03:01
낙도선교회 회원으로 구성된 리모델링 봉사단이 지난달 26일 전남 완도군 청산등대교회에서 지붕을 보수하고 있다. 낙도선교회 제공

“바짝 긴장하며 천장을 바라보다가 물이 새면 ‘주여’ 외치면서 양동이를 갖다 대고 안 새면 ‘감사합니다’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거지요.”

임종광(64) 청산등대교회 목사가 전하는 비 오는 날 풍경이다. 올해로 27년째. 전남 완도에서 뱃길로 1시간을 더 들어가야 발길이 닿는 청산도에서 사역해 온 그에게 지난달은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 낙도선교회(대표 박원희 목사) 회원들로 구성된 ‘리모델링 특공대’가 부서지고 무너졌던 교회당을 수리해줬기 때문이다.

임 목사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낙도에 세워진 교회 대부분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 된 곳이 많다”며 “사역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빠듯한 목회 현실에서 (교회당) 보수 공사는 천국 소망에 가까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회의 열악한 상황을 알게 된 낙도선교회가 회원들에게 도움 요청 문자를 전달하면서 ‘천국의 일’이 시작됐다. 전기설비 시공이나 목수 자격증 보유 목회자, 건축전문가 성도 등 낙도선교를 향한 애정으로 뭉친 이들이 팀을 꾸렸다. 이들은 5일에 걸쳐 바닷바람에 부식된 시멘트벽, 수십 년 세월을 버텨온 슬래브 패널 지붕 등을 고쳤고 교회당은 아늑한 영적 보금자리로 탈바꿈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한국교회 국내외 선교가 위축됐지만 올 연말이면 70회째를 맞는 낙도 단기선교는 멈추지 않았다.

박원희 목사는 “일주일 훈련과정을 거쳐 선교를 다녀오는 2주 여정인 데다 섬에 들어가기 전과 나오기 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는데도 자발적으로 40여명이 지원해 놀랐다”고 밝혔다.

팀당 6~7명으로 구성된 단기선교팀은 지난달 9일부터 14일까지 전남 완도와 진도 일대 낙도 6곳에서 목회환경 개선, 겨울성경학교 등 선교 활동을 펼쳤다. 김호정(총신대 신대원 2학년) 전도사는 지금까지 낙도를 찾은 횟수만 10회가 넘는다. 지난달엔 학교 선후배, 같은 교회 청년 등 7명과 팀을 이뤄 노화도 충도교회(김태성 목사)를 찾았다.

낙도 단기선교팀이 지난달 14일 전남 완도군 충도교회에서 겨울성경학교를 진행한 뒤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낙도선교회 제공

노화도는 어린이 성도들이 많은데도 교회학교 교사와 전담 사역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김 전도사는 “오전엔 교회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 지도를 하고 오후엔 성경학교를 열었다”며 “섬을 떠나던 날 ‘안 가면 안 되느냐’고 언니 오빠 이름표를 달라던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도 낙도선교 사역엔 늘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필요에 따라 사랑을 흘려보내시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었다”며 “오늘도 낙도 사역 현장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두고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