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복지국가의 비밀, 도서관

입력 2022-02-09 04:02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분단을 제외하면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2020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5.7%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20.3%로 초고령사회가 된다. 2040년이면 33.9%로 전체 인구 셋 중 한 명이 노인인 셈이 된다. 2020년 출생아는 27만2300명으로 2019년보다 10% 감소했다. 2020년 전국 가임기 여성 1명당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정부는 대책을 꾸준히 세우고 있으나 개선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을 우리보다 앞서서 경험한 일본은 어떨까. 인구 정책 전문가인 히로이 요시노리의 ‘AI가 답하다 일본에게 남은 시간은?’(학고재)에는 일본 교토대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구 감소 사회의 미래를 예측한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재정 파탄, 젊은 세대 빈곤과 합계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 가속화, 빈부 격차 확대, AI의 고용 대체와 실업률 상승, 지역 도시 공동화 및 빈 점포 증가, 쇼핑 난민 확대, 농업 공동화 등으로 일본이 파국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파국을 면할 수 있을까. 인구, 재정·사회보장, 도시·지역, 환경·자원이란 네 가지 지속가능성에 주목해 미래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도시 집중형인가 지역 분산형인가가 가장 본질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며, 나아가 인구나 지역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건강, 격차, 행복 등의 관점에서 지역 분산형이 바람직하다는 결과”가 나왔단다. 저자는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어로 커뮤니티와 마을 지역을 제시했다.

커뮤니티를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 개념으로 파악한 저자는 제1공간인 집과 제2공간인 직장 이외의 지역에서 사람들이 편하게 만나 교류하고 휴식하는 카페, 클럽, 공원 등 제3공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도시와 거리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재미있는 설문 결과를 제시했다. 일본 수도권에 사는 60~74세 남녀 1236명에게 ‘당신은 집 이외에 정기적으로 가는 편안한 안식처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는데 남녀 모두가 도서관을 1순위로 꼽았다는 것이다. 여성은 스포츠클럽, 친척 집, 친구 집 등도 차례로 제시했지만 남성은 공원 이외에는 더 이상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 도서관의 의미를 묻는 두 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됐다. 30년 이상 도서관 운영자로 살아온 신남희 서울 중랑구 대표도서관장은 ‘다 함께 행복한 공공도서관’(한티재)에서 “공공도서관이 시민성을 기르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관계와 연결의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에만 읽을 권리, 공공성, 배움과 교류의 장이자 환대의 공간으로서 도서관이 우리 사회에 굳건하게 자리 잡고 뿌리내리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도서관 활동가 윤송현은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학교도서관저널)에서 북유럽에는 “도서관도 많지만 대부분 마을 한가운데에 있다”고 했다. 소외 지역에 있던 도서관들도 시내 중심 광장이나 대중교통 중심지와 연결된 공간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도심에 있던 도서관을 일부러 산 위로 옮겨놓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도서관이 지식정보사회를 이끌어갈 핵심 기관이라는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도서관을 시민의 공부방이나 책을 빌려주는 대여점으로 여기는 한심한 정치인이나 관료가 많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 모두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가 된 것은 도서관 덕분이라는 충고를 우리는 진심으로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