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작사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틈틈이 작사 연습하면서 지내고 있다. 필기한 노트를 보면 특정 표현을 써야 유리하다는 말이 곳곳에 적혀 있다. 가수에게 글이 선택되기 위해 유리한 표현이라지만 나는 그 표현을 피해가려고 적어두었다. 내 귀에 들어왔을 정도의 정보라면 이미 수많은 작사가가 사용하고 있을 터. 다수가 사용하는 표현을 쓴다면 굳이 수많은 작사가 중에서 나를 택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표현을 써야 경쟁력이 생기고 생명력도 생긴다. 조화 사이에서 유일한 생화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디지털카메라가 유행하던 10대 시절 용돈을 모아 필름카메라를 구매했다. 친구들을 따라 디지털카메라로 사진 찍으면 평범해질 것 같았다. 나를 촌스럽다고 놀리더라도 상처받지 않으려 했는데 막상 당당하게 필름카메라를 꺼내 들으니 놀리는 사람은 없었다. 몇 년 뒤 뉴트로 감성이 유행하면서 다시금 필름카메라가 주목받자 미련 없이 필름카메라를 장롱 안 깊숙이 넣어버렸다.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은 마음이 나를 지배해왔다. 반대로만 살면 특별해지는 인생이니 얼마나 쉬운가.
부다페스트에 머물며 시집과 산문집 작업 외 사진도 찍고 있다. 사진을 모아 산문집에 실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뭔가 좀 색다른 일 없을까 고민하던 중 출간과 동시에 사진전을 열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이유는 내 사진이 색달라지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실행에 옮긴 단계라서 사진전으로 이어질지 미지수지만 도전해보고 있다. 새롭고 독특해서 사람들 시선을 머물게 하는 사진, 지금껏 보지 못했던 사진이면 성공이다. 예술세계는 달라야 눈에 띄고 달라야 생명력이 생긴다. 옆으로 걷지 않고 앞으로 걷는 꽃게가 돼야 예술세계에서 도태되지 않는다. 부지런히 새로운 걸 생각해내야 해서 자주 허공을 보며 멍 때리는 것이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