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괴물’ 김민석 오늘 1500m 金 사냥 나선다

입력 2022-02-08 04:04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석이 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공식훈련하던 중 고글을 고쳐쓰고 있다. 김민석은 8일 같은 장소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1500m 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김민석(23)은 4년 전 평창에서보다 더 빠르게 얼음 위를 질주할 수 있을까.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김민석이 주종목인 남자 1500m에서 메달을 향해 달린다. 평창올림픽에서 따낸 동메달의 메달색을 바꿔내겠다는 각오다.

김민석은 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공식훈련을 마쳤다. 그는 한국시간으로 8일 오후 7시30분 같은 장소에서 한국 선수 중 홀로 남자 1500m 경기에 나선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이 치르는 이번 대회 첫 경기다. 가장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경기이기도 하다. 김민석은 이날 오전 선배들이 연습을 마친 뒤 또래인 박성현과 함께 오후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코치와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트랙 위를 돌던 그는 이윽고 팔을 좌우로 휘저으며 전속력으로 트랙을 수차례 질주했다. 시합을 하루 앞두고 부상 가능성을 의식한 듯 전력 질주 횟수는 많지 않았다. 이들은 믹스트존 인터뷰 없이 훈련을 마쳤다.

김민석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다음 세대 주자 중 가장 유력한 후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빙속여제’ 이상화와 모태범, 이승훈이 등장한 2010 밴쿠버올림픽 이후 평창올림픽까지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이제 세대교체 시기다. 밴쿠버올림픽 메달리스트 셋 중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어느덧 만 33세 노장 반열에 접어든 이승훈뿐이다.

김민석은 평창올림픽에서 남자 1500m 동메달을 획득,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 종목 메달을 따낸 선수가 됐다. 팀추월에서 은메달도 추가했다. ‘혜성 같은 등장’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본인 표현대로 ‘빙속 괴물’의 출현이었다. 그는 이번 시즌 1차 월드컵에서도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경쟁자인 중국의 닝중옌을 밀어내고 얻은 메달이었다.

그럼에도 외신의 전망은 김민석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AP통신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내놓은 메달 후보 명단에 김민석 대신 닝중옌을 올렸다. 누구보다 닝중옌에게 익숙한 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이니만큼 홈 이점이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AP통신은 은메달에 미국의 조이 맨티아, 동메달에는 토마스 크롤을 후보로 올렸다.

김민석의 은사이자 소속팀 지도자인 손세원 성남시청 감독은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1차 월드컵 때 좋은 성적(금메달)을 거뒀고 그 장소도 베이징이어서 기대하고 있다”며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에도 ‘감독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고 갔다. 4년간 준비해온 걸 뽑고 오겠다는 다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1500m 경기는 초반 300m까지 절대속도를 급격히 올리는 게 중요한데 예전의 민석이는 이 부분이 약했다”며 “1000m에 도전한 것도 300m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위해 웨이트 중량도 굉장히 많이 늘리는 등 300m 강화에 집중한 게 효과를 볼 걸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이날 경기 뒤 12일 남자 500m에 김준호와 차민규가, 13일 여자 500m에 김민선이 나서는 걸 시작으로 나머지 개인부문 일정을 시작한다. 여자 1000m는 17일, 남자 1000m는 18일에 각각 열린다. 팀 추월 경기도 15일 결승이 예정돼 있다. 19일 남녀 매스스타트를 각각 치르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권중혁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