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의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증액하는 문제를 두고 이견을 드러냈다.
이번 추경은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손실보상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여야는 정부가 마련한 추경안의 대폭 증액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국회가 뜻을 모으면 (추경 확대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홍 부총리는 “2~3배 규모의 추경은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 의사를 고수했다. 추경 증액을 놓고 총리와 부총리가 ‘다른 말’을 한 것이다.
김 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만 방역 피해가 집중되는 것은 대단히 가혹하다”며 “이분들에 대한 직접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정부도 십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에 대한) 합당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국회가 뜻을 모아주신다면 정부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 문제 등을 언급하며 추경 증액 불가론을 반복했다. 홍 부총리는 “여야가 (추경안을) 35조원, 50조원으로 합의하면 정부가 받아들여야만 하나”라며 “그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추경이 14조원 규모에서 일부 조정은 될 수 있겠다”면서도 “규모가 2~3배 되는 것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 부총리를 향해 “각료가 민주주의 기본 원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라고 따졌다. 이에 홍 부총리는 “정부는 국회의 (예산) 증액에 대해 동의권으로 견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를 제외하고 추경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야 합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5일 전까지 추경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경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속도 조절론을 내세우고 있다.
추경 재원을 놓고도 민주당은 국채 발행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예산 구조조정을 선호하고 있다. 여야는 8일 회동을 갖고 추경안 관련 본회의 의사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기존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아 추경안을 정부안보다 24조9500억원 증액하기로 의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정부안보다 약 15조원 늘어난 추경안을 의결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국회의 증액에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김 총리도 산자위의 25조원 증액에 대해선 “이렇게 한꺼번에 몇십조원이 어디서 툭 떨어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