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어 이상돈 만난 이재명… 외연 확장으로 중도층 공략

입력 2022-02-08 04: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정연구포럼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승(왼쪽 세 번째) 전 한국은행 총재와 정세현(오른쪽 세 번째) 전 통일부 장관 등 민주당 정부 고위직 출신 104명으로 구성된 국정연구포럼은 이날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상돈 전 의원 등 중도·보수 성향 인사들과 연일 회동하며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진영이 각각 총결집한 가운데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후보는 6일 김 전 위원장과 비공개로 회동한 데 이어 7일에는 이 전 의원과 만났다. 중앙대 법대 교수로 이 후보와 사제 관계인 이 전 의원은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때 비대위원으로 활동했었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두 분(김 전 위원장과 이 전 의원)은 평소 제가 아주 잘 아는 분들이고, 자주 전화로 상의드리는 분들”이라며 “도움 될 만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김 전 위원장에게 영입을 제안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한민국이 퇴보할 것인지, 전진할 것인지가 걸린 주요 국면이기에 모든 가능한 자원과 인재를 총동원해야 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만 답했다.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회동에서) 이 후보는 위기 돌파를 위해 정치·경제 교체가 필요하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통합 정부 구상에 대해 말했다”면서 “이 전 의원은 ‘통합 정부에 대해 과거에 많은 약속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기에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또 이 후보에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는 쉽지 않다. 국민만 믿고 뚜벅뚜벅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8일에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이 후보는 “윤 전 장관 역시 역량 있는 어른”이라며 “그분을 알고 지낸 지 상당히 오래됐기 때문에 가끔 전화하고 상의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중도·보수 인사들과의 연쇄 회동에는 이 후보의 실용적 이미지를 부각시켜 부동층 표심을 가져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윤 후보의 정권교체론에 맞서 ‘경제성장’과 ‘회복’이라는 시대정신을 강조해 이 후보가 위기 돌파의 적임자임을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시대정신을 물었을 때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밖에 없지 않으냐”며 “경제민주화 등 시대정신에 일가견이 있는 김 전 위원장에게 이 후보가 지혜를 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본부장도 “민생과 통합 기조로 ‘왜 이재명인가’라는 답을 드리는 데 집중하겠다”며 “윤 후보가 싫어서가 아니라 이 후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김 전 위원장과의 회동 자체가 합리성과 경제를 중시하는 부동층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보다 이 후보가 잘 준비돼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다”며 “저도 두세 번 김 전 위원장을 만났는데 이 후보에 대해 긍정적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만남이 국민의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갔을 때 18분 정도 봤는데, 이 후보와는 80분 회동했다”며 “민주당에 플러스 요인이라기보다는 국민의힘에 재합류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오주환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