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아파트 분양방식… 후분양제, 부실예방 대안될까

입력 2022-02-08 18:41 수정 2022-02-08 18:45
작업자들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무너진 건물을 살피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이 사고로 오는 11월로 예정된 입주자들의 피해가 커졌다. 건설현장 붕괴사고와 생활하자가 잇따르면서 후분양제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후에 대안으로 후분양제가 떠올랐다. 후분양제는 공정이 충분히 진행된 뒤에 분양하는 구조라서 사고 전후 입주예정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소비자 선택권과 여러 권리를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자금조달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어 적극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필요에 따라 달라지는 정부 분양정책도 걸림돌이다. 건설업계에선 단점도 많은 후분양제가 무조건 해법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서울주택공사(SH)는 지난달 24일 앞으로 SH가 분양하는 주택의 경우 건축공정률 90% 시점에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다고 밝혔다. SH는 60~80%의 공정을 완료했을 때 후분양을 해왔는데, 이 기준을 대폭 끌어올리는 것이다. 김헌동 SH 사장은 “후분양을 하게 되면 광주 아이파크 같은 부실에 따른 문제가 생기지 않고, 촉박한 공기 탓에 동절기에 무리한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등 민간주택 건축 중에 사고와 하자가 빈발하면서 후분양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온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 기업에서는 후분양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금조달 방식을 개선해나가며 후분양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간단하지 않다. 건설업계에서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로 후분양제 도입에 난색을 표한다. 자체적으로 공사비를 조달해 아파트를 지었는데,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 큰 타격을 받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후분양제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이 결국 분양가 상승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후분양제가 부실시공의 대책일 수 없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골조공사가 끝난 후에도 일반인들이 맨눈으로 하자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외벽 결로 등의 생활 하자도 이 시점에선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해에 주요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경쟁적으로 후분양제를 공약했다. 이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는 선분양 대신에 후분양을 선택해 조합원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이었다. 막대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건설사는 생각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정부는 일단 후분양제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2018년 부실시공 등을 이유로 후분양 로드맵을 발표하며 2022년 분양 물량의 70%를 후분양으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제는 분양 방식이 정책 논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는 데 있다. 역설적으로 정부는 공급 체감을 높이겠다며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사전청약을 확대하고 있다. 2008년 11월에는 재건축 후분양제를 폐지한 바 있다. 2003년 7월부터 투기과열지구 사업승인을 신청하는 재건축 단지는 아파트 공정이 80% 이상 진행했을 때 분양토록 했는데, 5년 만에 이 결정을 뒤바꿨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