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4선 연임 금지’ 쇄신안
내놓고 부칙으론 10년 뒤 적용
586 용퇴론은 말잔치 그치고
뒤늦은 제명안도 정치쇼 의심
대선 위기에 선거용 궁여지책
더 이상 얄팍한 꼼수는 안 돼
진정성 보이려면 2월 국회서
처리하고 책임정치 실천해야
내놓고 부칙으론 10년 뒤 적용
586 용퇴론은 말잔치 그치고
뒤늦은 제명안도 정치쇼 의심
대선 위기에 선거용 궁여지책
더 이상 얄팍한 꼼수는 안 돼
진정성 보이려면 2월 국회서
처리하고 책임정치 실천해야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정책토론회에서 지적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뻔했다. 민주당이 정치개혁 일환으로 발의한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4선 연임 금지’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꼼수가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김 후보는 법안 부칙에 지금까지 다선 의원은 다 초선으로 인정한다고 돼 있다며 “죄송한 표현이지만 꼼수”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다선 의원이 3선이 되려면 2032년이 돼야 한다”며 “지난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꼼수 정당을 만든 것이랑 비슷한 이야기”라고 정곡을 찔렀다.
처음 접하는 소식이라 곧바로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장경태 의원 등 10명이 제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찾았다. 제안 이유는 그럴 듯했다. “국회의원의 중임·연임 제한이 없어 정치신인이 공천 및 선거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세대교체 등을 통한 정치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임. 이에 국회의원이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연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해 정치신인에게 길을 열어주고… 정치개혁 및 정치발전을 이루고자 함.” 문제는 부칙의 ‘경과조치’였다. “개정 규정에 따른 횟수 산정을 할 경우 최초 당선된 것으로 본다.” 부칙이 적용되면 현 의원들은 모두 초선으로 간주되고 22대 총선(2024년) 재선, 23대(2028년) 3선이 되므로 10년 뒤인 24대(2032년) 때나 효력이 생긴다. 향후 국회의원 기득권 8년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탄 법률’인 셈이다.
지난달 27일 여당이 정치개혁 관련 7개 법안 발의를 발표했을 당시 뉴스를 확인해봤다. 이런 꼼수를 지적한 팩트체크 형태의 보도가 심야시간대에 한두 건밖에 없었다. 게다가 설 연휴로 이어지는 바람에 이 문제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토론회 때 국민 앞에 까발려진 것이다.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장 의원은 위헌 논란(소급 적용) 때문에 그랬다고 해명했지만 꼼수 파장이 커지자 다음 날 부랴부랴 법안을 철회했다. 위헌 소지를 감수하고서라도 개정안을 재발의하겠단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다. 지방자치단체장도 3선에 한해 연임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니 송영길 대표가 앞서 내놓은 쇄신안의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의 정체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다급하게 나온 궁여지책이라 더욱 그러하다. 쇄신안 핵심은 송 대표 자신의 차기 총선 불출마, 동일 지역 4선 연임 금지, 지역구 재보선 3곳 무공천, 윤미향 이상직 박덕흠 의원 제명 처리 등이다. 송 대표는 “586세대가 기득권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라고 강조하면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퇴진 등 인적 쇄신을 압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당내 호응이 전혀 없다. 86세대 용퇴론의 불씨를 당긴 친문 의원조차 “(개인이 아니라) 낡은 기득권 제도를 용퇴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을 바꿔 ‘요설(妖說)’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용퇴론은 찻잔 속 미풍에 그쳐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그렇다면 4선 연임 금지라도 법제화해 강제 퇴출에 나서야 할 텐데 당내 다선 의원들의 반발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겠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재작년에 미래통합당에서 지금의 당명으로 바꿀 때 개혁안으로 정강·정책 개정안에 4선 연임 금지를 담으려 했다가 중진들의 거센 반발로 제외시킨 바 있다. 입법을 위해선 국민의힘 협조도 필요한데 안팎으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단순히 국회의원 선수를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제한하는 게 논란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칼을 빼든 만큼 유야무야돼선 곤란하다. 야당과 내부를 설득할 책임은 오롯이 여당에 있다.
여당은 지난 총선 때의 위성정당, 지난해 재보선 때의 당헌 바꿔 공천하기 등 연이은 꼼수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윤 의원 등의 제명안도 1년 안팎의 시간을 질질 끌다 갑작스레 신속 처리를 약속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정치쇼라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때문에 추후 쇄신안 이행 과정에서 또다시 얄팍한 꼼수를 부린다면 거센 역풍이 불 게 틀림없다.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2월 임시국회에서 제명안과 함께 7개 법안을 통과시켜 책임정치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이게 현실화될 때까지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발의된 나머지 법안들도 부칙까지 세밀하게 살펴봐야겠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