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기자가 찾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양산 사저는 막바지 공사로 분주했다. 마을에 있는 평산마을회관에서 걸어서 4분가량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준공을 한 달여 앞둔 문 대통령 사저가 보였다.
사저 진입로에는 인부들이 계단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그 뒤로는 쉴 새 없이 작업 중인 굴착기도 보였다. 사저 왼편과 뒤편의 경호처 공사도 작업자 10여명이 골조 및 외부단열 공사를 진행하는 등 공정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사저는 현재 외관 공사를 마무리하고, 공조 설비와 전기 공사 등 인테리어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은 전반적으로 남향으로 설계됐고 북유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박공지붕(책을 엎어놓은 모양의 지붕)을 통해 층고를 높였고, 테라스도 갖췄다. 외관 색상은 인근 건물들과 비슷한 회색, 상아색을 입혔다.
사저 정면으로는 영축산 등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건물 뒤편으로는 놀이공원인 통도환타지아 등 아랫마을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집 앞에는 너비 65m 규모의 논이 있다. 그 건너편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인 수목림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평소 유동인구는 주민들 외에는 거의 없다”며 “외부인이라면 새벽 등산객, 택배트럭 정도가 전부인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내외와 대통령경호처는 2020년 양산시 하북면 모 한의원 원장 소유의 지산리 313번지와 363-2~6번지 토지 및 2층짜리 단독주택을 14억7000여만원에 구입했다. 이 지역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문 대통령과 대통령경호처는 양산시에 주택 건축 인허가를 각각 받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사저 건축 설계는 문 대통령의 50년 지기인 건축가 승효상씨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통도사와는 차로 7분(3.5㎞), 통도사IC와 10분(5.5㎞),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과는 50분(57㎞) 정도의 거리에 있다.
마을 주변엔 기반시설이 대폭 확충될 예정이다. 양산시는 교통체증에 대비해 도로와 주차장을 확보하기로 했다. 통도환타지아 입구에서 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지산리 사거리까지 1㎞ 구간을 폭 12m로 확장하고, 이 길 끝에서 지산마을 만남의광장까지는 왕복 2차로 도시계획도로 정비와 함께 도로 한쪽에는 인도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사저 인근에 차량 130대 규모의 주차장과 통도환타지아 내부에 2300여대 주차공간을 신설할 예정이다. 시는 이와 함께 사저 일대에 2.5㎞ 구간의 둘레길을 조성해 관광자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로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용역에 들어갔다.
사저 인근 주민들은 문 대통령 퇴임과 함께 이웃이 된다는 사실에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나타냈다. 한 주민은 “옆집에 살아도 이웃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경호인력이 상주한다고 하니 치안만큼은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등산로와 도로가 재정비되고 주차장이 들어선다고 하니 부동산 가격이 조금 오르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벌써 승합차를 타고 와 사저가 어디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문 대통령이 내려오면 조용하던 동네가 시끄러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양산=글·사진 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