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저 덕에 치안·땅값↑” “사람 몰리면 시끌”… 기대반 우려반

입력 2022-02-08 04:07
외부 공사를 마무리하고 현재 인테리어 작업이 한창인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모습. 사저 왼쪽과 뒤쪽의 경호동 공사도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오후 기자가 찾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양산 사저는 막바지 공사로 분주했다. 마을에 있는 평산마을회관에서 걸어서 4분가량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준공을 한 달여 앞둔 문 대통령 사저가 보였다.

사저 진입로에는 인부들이 계단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그 뒤로는 쉴 새 없이 작업 중인 굴착기도 보였다. 사저 왼편과 뒤편의 경호처 공사도 작업자 10여명이 골조 및 외부단열 공사를 진행하는 등 공정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사저는 현재 외관 공사를 마무리하고, 공조 설비와 전기 공사 등 인테리어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은 전반적으로 남향으로 설계됐고 북유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박공지붕(책을 엎어놓은 모양의 지붕)을 통해 층고를 높였고, 테라스도 갖췄다. 외관 색상은 인근 건물들과 비슷한 회색, 상아색을 입혔다.

사저 정면으로는 영축산 등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건물 뒤편으로는 놀이공원인 통도환타지아 등 아랫마을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집 앞에는 너비 65m 규모의 논이 있다. 그 건너편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인 수목림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평소 유동인구는 주민들 외에는 거의 없다”며 “외부인이라면 새벽 등산객, 택배트럭 정도가 전부인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내외와 대통령경호처는 2020년 양산시 하북면 모 한의원 원장 소유의 지산리 313번지와 363-2~6번지 토지 및 2층짜리 단독주택을 14억7000여만원에 구입했다. 이 지역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문 대통령과 대통령경호처는 양산시에 주택 건축 인허가를 각각 받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사저 건축 설계는 문 대통령의 50년 지기인 건축가 승효상씨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통도사와는 차로 7분(3.5㎞), 통도사IC와 10분(5.5㎞),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과는 50분(57㎞) 정도의 거리에 있다.

마을 주변엔 기반시설이 대폭 확충될 예정이다. 양산시는 교통체증에 대비해 도로와 주차장을 확보하기로 했다. 통도환타지아 입구에서 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지산리 사거리까지 1㎞ 구간을 폭 12m로 확장하고, 이 길 끝에서 지산마을 만남의광장까지는 왕복 2차로 도시계획도로 정비와 함께 도로 한쪽에는 인도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사저 인근에 차량 130대 규모의 주차장과 통도환타지아 내부에 2300여대 주차공간을 신설할 예정이다. 시는 이와 함께 사저 일대에 2.5㎞ 구간의 둘레길을 조성해 관광자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로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용역에 들어갔다.

사저 인근 주민들은 문 대통령 퇴임과 함께 이웃이 된다는 사실에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나타냈다. 한 주민은 “옆집에 살아도 이웃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경호인력이 상주한다고 하니 치안만큼은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등산로와 도로가 재정비되고 주차장이 들어선다고 하니 부동산 가격이 조금 오르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벌써 승합차를 타고 와 사저가 어디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문 대통령이 내려오면 조용하던 동네가 시끄러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양산=글·사진 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