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에 재갈 물리겠다는 정치권, 유권자 바보로 아나

입력 2022-02-08 04:0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TV 토론 직전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이재명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 논란’ 제보자를 비난하고 나섰다. 일부 의원들은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글을 SNS에 공유했다가 삭제했다. 국민의힘은 TV토론에 참석할 수 없는 이유로 한국기자협회와 주관 방송사(JTBC)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이는 득표에 방해가 되면 아예 말을 못하게 하거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로(言路)를 막아보겠다는 반(反)민주주의적 발상이어서 우려된다. 흑색선전과 네거티브 선거운동도 심각한 문제지만 아예 말을 못하게 하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해악으로 더욱 경계해야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대 후보의 가족과 주변을 샅샅이 뒤져 작은 흠집이라도 거세게 몰아세운다. 그러나 자기 편에서 비슷한 잘못이 나오면 딴소리를 하거나, 이를 보도한 언론을 탓한다. 이 후보 부인이 문제가 되자 민주당은 통화를 녹음하고, 대화를 캡처한 것이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녹취록’ 때와 정반대다. 후보 부인의 사적 통화를 보도하지 말라고 방송사를 항의 방문까지 했던 국민의힘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기정사실화하며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에는 절차를 뛰어넘는 무리한 요구로 유권자의 눈을 가리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후보에게 오해를 살 발언을 했다고 하차한 SBS PD의 하소연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후보와 그의 가족이 법을 위반했는지,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행동을 했는지는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주요 기준이다. 하지만 특정 후보와 정당이 의혹만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유권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 권리가 있다. 대선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은 그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고안된 법과 제도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확인되기까지 많은 오해와 억울함이 있겠지만 과거 독재자들처럼 아예 입을 막고, 권력을 앞세워 찍어 누르겠다는 생각은 곤란하다.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