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미친 ○○야. 멍청한 게 용케도 버티네. 너 같은 건 당장 뒈져야 해.” 상대에게 아무리 불만이 많더라도 면전에서 이런 말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다른 이에게 자신의 천박함을 자백하는 짓인데다 상대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고발할 수 있어 마음은 굴뚝같아도 입안에만 담아 두는 게 대부분일 게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런 모욕적 글, 훨씬 더 심한 표현들이 난무한다. 익명이란 방패 뒤에 숨고, 군중심리에 휩쓸려 악성 댓글(악플)을 아무렇지 않게 끄적이고 욕설, 맥락 없는 무차별 비난으로 상대를 집요하게 공격한다. 특정인의 블로그나 유튜브, 관련 기사에 ‘좌표를 찍고’ 떼로 몰려가 집단으로 괴롭히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행위를 가상공간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괴롭힘을 뜻하는 불링(bullying)을 합쳐 사이버 불링이라고도 부르는데 대상이 과거에는 주로 연예인이었으나 요즘은 정치인, 운동선수, 유튜버, 일반인 등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피해자 중에는 댓글을 외면하거나 읽고도 흘려버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마음에 큰 상처를 받는 이들도 많다. 괴로워하다 우울증에 걸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2019년 가수 설리와 구하라, 2020년 유튜버 BJ 박소은, 배구 선수 고유민, 지난해 한 여성 유튜버에 이어 최근에는 배구 선수 김인혁씨와 인터넷방송 스트리머 BJ 잼미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인터넷 공간에서 타인을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넘쳐나는 악플과 사이버 불링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미약하다. 익명의 가면을 벗겨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이유다. 댓글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 제약으로 이어진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지만 익명 뒤에 숨어 타인의 인격과 명예를 침해하는 범죄행위를 언제까지 용인할 건가. 단속 및 처벌 강화, 반복적 위반자 이용 제한, 제한적 실명제 도입,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관리 책임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이 절실하다.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