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기 멘 목사님… “교회 보는 시선이 달라지네요”

입력 2022-02-08 03:01
유하선 새예루살렘교회 담임목사가 최근 서울 동작구에 있는 교회에서 소독기를 메고 방역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새예루살렘교회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건화빌딩 게시판엔 이색적인 공지문이 붙었다. 건물주가 이 빌딩 지하에 있는 새예루살렘교회(유하선 목사)를 칭찬한 내용이었다. “솔선수범으로 방역에 힘써주신 유하선 목사님이 계셨기에 연말까지 무사히 보내고 신년을 맞이하게 됐다고 사료가 됩니다. 우리들은 이런 목사님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건물주가 세입자인 새예루살렘교회의 담임목사를 치켜세운 이유는 이 교회가 코로나19가 확산된 뒤 벌인 방역 활동 때문이다. 유하선(44) 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1월부터 매주 3회 이상 교회와 건물 전체를 소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건물 주변 상가에도 소독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소독기를 들고 언제든 달려갔다”며 “교회가 ‘좋은 친구’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교인 중에 감염자가 나오면 건물주나 다른 세입자에게 피해가 가잖아요. 저희가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인다면 만에 하나 성도 중에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이웃이나 세입자들이 이해해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웃들로부터 칭찬받는 교회가 되니 방역 활동을 중단할 수가 없더라고요.”

유 목사와 교인들은 직접 소독기를 들고 소독 활동을 벌인다. 5만~6만원 수준인 소독수 1통은 일주일만 쓰면 동이 난다. 매달 20만원 넘는 돈이 소독수 구입에 쓰이는 셈이다. 출석 교인이 2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새예루살렘교회 입장에선 비용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교회가 적극적인 방역 활동에 나설 수 있는 건 한국교회의 지원 덕분이다. 새예루살렘교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남연회가 비전교회를 상대로 벌이는 ‘나세남 프로젝트’를 통해 매달 일정액의 후원금을 받고 있다. 서울의 세광교회와 오류동교회, 경기도 화성의 송산교회도 후원금과 관련 물품을 보내주었다.

목원대를 나와 제주도와 경기도 광주 등지에서 목회하던 유 목사는 2015년 10월 새예루살렘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방역 활동을 언제까지 이어갈 예정인지 묻자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할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다른 교회도 꾸준히 방역에 만전을 기했으면 한다. 일회성 방역 활동을 벌이는 것으론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그러더군요. 몇 번 하다가 말겠지 했는데 꾸준히 소독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그러면서 3년째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교회를 칭찬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