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대리점 직원처럼 복음 앞에 준비된 영혼 찾아라”

입력 2022-02-08 03:06
송민용 목사가 6일 인천 남동구 밝은빛교회 앞에서 전도용 마스크와 중보기도 요청카드를 들고 전도 대상자에게 정중하게 다가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송민용 인천 밝은빛교회 목사는 20년 전만 해도 공사판을 전전하던 ‘투잡’ 목회자였다. 1998년 경기도 시화에서 맨손으로 개척한 교회는 상가 이전 문제로 해체 위기까지 갔다. 매달 250만원의 이자와 관리비 60만원은 숨통을 조였다. 그는 경매를 앞두고 몇 명 남지 않은 성도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주중 인테리어 일을 하고 주말엔 목회할 테니 좀 봐주세요.” 그렇게 3년 6개월 만에 부채를 모두 갚았다.

그가 공사판에서 수만 번 던진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교회를 다시 세울까.’ 답은 간단했다. ‘전도할 줄 모르면 개척하면 안 된다.’

2010년 1월 인천에서 다시 교회를 개척한 송 목사는 강단에서 이렇게 선포했다. “앞으로 30일간 전도만 집중하겠습니다.” 그때부터 2148세대가 입주하는 주공아파트 전도에 뛰어들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도지와 작은 선물을 돌리고 밤에는 전도일지를 썼다.

송 목사는 “그렇게 일주일을 전도했지만 한 명도 전도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여러 사람을 만나기보다 호의적 반응을 보인 사람을 선택해 집중하기로 전략을 바꿨다”고 회고했다.

그는 아파트 경비원과 친분을 맺고 이사 정보를 얻었다. 아침 일찍 커피포트와 생수를 챙겨 이사 집으로 향했다. “좋은 집 들어오셨네요. 입주 축하드립니다. 더우신데 봉사단에서 냉커피 한잔 드리러 왔습니다.”

송 목사는 일 중심적인 남성보다 관계 중심적인 여성을 택했다. 관심을 보인 가구를 선택해 오후엔 식혜를 들고 가 다시 한번 인사했다. 이사가 끝날 때 소형 화분을 준비해 축하해줬다. ‘이사 전도’ 전략에서 핵심은 간절한 축복기도였다.

송 목사는 “새집에 왔는데 목사가 와서 축복기도 해준다고 했을 때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그다음 날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가면 거부감 없이 문을 열어주곤 했다”고 했다.

그렇게 1개월 만에 10가구가 등록했다. 송 목사는 “전도의 본질은 일방적인 용품 배포가 아니라 복음 앞에 마음 문이 열린 사람, ‘베스트’를 찾아내는 것에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뱀과 같은 지혜와 손에 잡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준비된 영혼에게 복음을 전해야지, 준비도 안 된 사람 붙들고 있어 봐야 효과도 없고 서로 상처만 받는다”고 귀띔했다.

송 목사는 전도전략을 짤 때 휴대전화 대리점을 참조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의 업무는 전단지와 물티슈를 나눠주려는 게 아니다. 의무 약정이 끝나거나 휴대전화에 문제가 생긴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들은 상대의 미세한 반응을 알아차리고 실내로 안내해 커피를 대접하면서 상품을 안내한다”면서 “교회도 준비된 영혼을 찾아내고 어떻게 교회로 인도할 것인지 대리점 직원만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담임목사가 전도에 솔선수범하자 성도들도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교회 부흥이 시작됐는데 급격한 성장 곡선을 그은 게 아니라 계단식 성장이었다. 122㎡(37평)의 상가 교회는 성도 수 30명, 70명, 100명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넘어 자립했다. 2019년에는 지상 5층 규모의 새 예배당 건축까지 마쳤다.

송 목사는 “목회자는 정체기에 다음 도약을 위해 설교, 리더십, 조직, 교회행정, 시설, 새가족 관리, 기도훈련 등으로 기초를 철저히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도 송 목사의 거리 전도를 막지 못했다. 그는 마스크 2장을 건네며 ‘코로나 이겨내시라고 응원하기 위해 마스크 드리고 있어요. 건강이 최고입니다’라고 말하며 지역 주민에게 다가섰다. 송 목사는 “마스크 전도 때도 에너지를 쏟을 대상은 ‘교회는 어디에 있어요’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이런 사람은 커피 테이블로 안내해 영적 갈급함과 신앙문제, 마음의 상처를 비롯해 인생 자녀 부부 재정 건강 학업 취직 직장 등을 주제로 대화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일 100명 이상을 만나는데 그중 복음에 관심을 가지는 ‘베스트’ 대상자는 평균 2~3명 정도 된다”고 귀띔했다. 그는 “우리는 복음을 모든 사람에게 전해야 하지만 집중할 대상은 사도행전 13장에 나오는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한 사람’, 즉 마음이 준비된 사람이지 ‘영생을 얻기에 합당하지 않은 자’가 아니다”고 조언했다.

교회는 팬데믹 상황에서 주말농장도 운영했다. 전도 대상자들이 텃밭에 나와 야생 상추를 마음껏 뜯어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송 목사는 “직접 기른 상추는 쌉싸름하면서도 뻣뻣해 시중에 나온 부드러운 상추와 맛이 확실히 다르다”면서 “상추를 뜯으며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되고 전도의 기회도 온다”고 했다. 이어 “물질 풍요의 시대에 현대인들은 이처럼 김치 한 포기, 직접 키운 농산물 등 정성이 듬뿍 담긴 감성적 매개체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153 어부전도법’의 저자인 송 목사는 ‘명품교회 전도시스템 세미나’로 작은 교회 눈높이에 맞는 전도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다.

인천=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