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율·금리 급등… 심상치않은 한국 경제

입력 2022-02-07 04:02

연초부터 한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유가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치솟고 있는 반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우리 경제의 버팀목 노릇을 했던 수출 등 대외무역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새해 들어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한 물가 상승과 이자 부담 가중이라는 ‘이중고’가 서민을 옥죄고 있다. 정부는 2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지난 2년간 써왔던 재정 투입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하지만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한국은행과의 정책 엇박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위태로운 현 경제 상황은 외부적 악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 사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풀었던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돈 줄 조이기에 나서면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1197.0원을 기록하는 등 1200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지난해 말(12월 9일) 장중 저점인 1172.8원과 비교하면 두 달 새 20원 이상 뛰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같은 양을 수입해도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업 부담이 커진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환율 영향 등이 반영된 수입액 증가로 196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인 48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 자금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올 들어 증시 급락세를 연출했다.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는 얼마나 더 오를지 가늠하기 힘들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평균 유가를 73달러로 전망했지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00달러를 육박하고 있다.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은 6일 “국제 에너지 시장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가스뿐만 아니라 국제유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한 만큼 얼마나 더 오를지 가늠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 여파에 국내 물가 상승률은 3% 후반대로 올라섰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마저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최대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중 금리 역시 가파르게 더 오를 전망이다. 139조4494억원에 달하는 코로나19로 상환을 미룬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 원금·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소상공인 대출 연장 등을 제외하면 정부가 쓸 정책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막대한 추경 편성은 통화정책과의 엇박자뿐 아니라 시중 금리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제기된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외부적 악재를 타개하고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뚜렷한 정책의 목표를 잡고 유기적인 통화·금융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