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후에도 ‘악플’에 여럿 숨졌다… ‘설리법’ 언제쯤

입력 2022-02-07 00:02 수정 2022-02-07 00:02
2019년 10월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가 온라인상 악성 댓글(일명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에도 악플 피해자들의 호소와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설리법’이라는 이름의 ‘악플방지법’을 발의했던 국회는 이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는 물론이고 유튜버와 일반인까지 악플에 노출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삼성화재 블루팡스 소속의 배구선수 김인혁(27)씨가 지난 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택에서는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그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저를 괴롭혀온 악플은 이제 그만해 달라. 버티기 힘들다”는 글을 올렸었다. 그는 평소 외모와 관련한 악플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등에서 활동한 BJ잼미(본명 조장미·27)도 지난달 말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족은 “장미는 그동안 수많은 악성 댓글과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고 그것이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조씨는 방송에서 남성 혐오 제스처를 취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악플 공격을 받게 되자 심적 괴로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에는 가수 설리와 구하라가 한 달 사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인터넷상에 만연한 악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악플로 인한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2020년에는 유튜버 BJ박소은(본명 박소은), 배구선수 고유민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지난해에도 한 여성 유튜버가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이들의 유족은 공통적으로 고인이 악플에서 오는 우울증 등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악플 피해는 일반인에게까지 번졌다. 2020년 10월에는 평소 우울증을 앓던 대학생이 자신의 고민을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올렸다가 조롱을 당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회에서 관련 대책 논의는 수년째 공전하고 있다. 20대 국회 시절인 2019년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자 복수의 악플방지법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후속 논의 없이 임기만료로 법안이 모두 폐기됐다.

21대 국회가 열리자 여야는 다시 악플방지법을 꺼내들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터넷 이용자의 아이디와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함께 표시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악플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아직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잠자는 상태다.

선플재단 민병철 이사장은 “비대면 시대에 악플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지만 가해자들은 악플이 상대방의 영혼과 목숨을 빼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며 “악플 처벌을 강화하고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